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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an 14. 2017

아름다운 신발

새 신발을 사기 전에

땀이 차지 않고 줄줄 흘러내리지 않는

적당한 양말을 사야겠다.

양말 한 켤레도 제대로 된 것을 만나려면

시행착오를 해야한다.


내 발이 근사해보이려면

물론 멋진 신발을 사야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내 발이 편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사랑하는 방법은 사실 별 게 아니다.


근사하고 길고 세상이 담긴 글을 쓰기 전에

나의 일상을 제대로 담은 글을 써야겠다.

그런 글 스무 줄 조차,

등장 인물도 사건도 없는

나르시스틱한 글조차도

정확하고 풍부하게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아니 어설프게 써도 좋다.

다섯 살 때 외국어로 동화를 쓴 보르헤스나

스무 살에 단편를 쓴 살만 루시디나

7년 동안 칩거한 후 장편을 쓴 오르한 파묵과

같은 타고난 작가가 아니란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질투와 부러움 때문에

아니 수치심때문에

불임의 날들을

마치 동정의 시간인양 꾸미지 않아도 좋다.


너는 흔들리기 위해 태어난 이.

최고급 가죽을 얼룩없이 선명하게 염색하고

장인의 무두질을 통해 벨벳처럼 부드럽게

만든 후에도,

전통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다루어야

아름다운 신발이 된다.

30년 아니 천년의 시간이

신발 모서리를 둥글려야

아름다운 신발이 되는 법.

그 신발을 네 것으로 만들고 싶으나

너는 우선 양말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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