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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만혜서 Jul 11. 2023

사랑의 기술

촛불 같은 사랑은 안 해요, 강아지 같은 사랑을 해요.

남편들의 막강한 경쟁자는 강아지라고 한다. 나는 비반려인이지만 강아지의 순수한 사랑을 존경한다. 강아지들은 애정을 표현하는데 망설임이 없고, 오매불망 주인을 기다리며, 보드라운 털을 살갗에 비비며 온기를 전한다. 나는 한동안 강아지 같은 사랑이 우리 가정에 웃음을 주리라 믿었다. 아침에는 항상 "이따 만나"자며 아쉬워했고 저녁에는 도어록 신호탄소리가 들리면 총알같이 달려 나가 남편을 맞이했다. 그의 손에 간식이라도 들려있는 날엔 사랑이 배로 커졌다.


나는 사랑을 주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나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기쁨과 사소한 관심과 지식과 유머와 작은 슬픔을 모두 나누었다. 이산화탄소 구역으로 얼굴이 가까워지면 "사랑해"라는 고백을 속삭였다. 다 똑같은 사랑한다는 말이었지만 그 속엔 여러 뜻이 있었다. '너와 있으면 즐거워, 너에게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어, 너와 같이 있는 게 좋아,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라는 말이었다. 나는 잇몸이 만개한 웃음을 보려고 재롱을 부리기도 했고, 그의 취향을 기억하려 메모하고, 매일 일상의 한 조각을 궁금해했다. 나의 사랑은 한순간의 두근거림처럼 불현듯 타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의 사랑은 노력으로 지피는 것이었다.


어쩌다 한번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면 앞선 노력들이 빛을 잃었다. 복리이자처럼 불어난 서운함에 눈이 멀어버린다. 최유수 작가가 사랑의 몽타주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당신의 곁은 떠나지 않겠다고 매 순간 선택하고 결심하는 일'은 '믿음'이라고 했던가. 그 믿음이 없어지는 싸움이었다. 나는 조각난 믿음을 다시 붙이기 위해 마음을 고쳐먹었다. 집안일을 나만한 기분이 들어 서운해지려 하면 내가 한 일을 셀프생색내기로 티를 냈다. 감정이 작을 때 가볍게 표현하자 부정적 마음은 불어날 틈이 없었다. 각자 방으로 흩어졌던 우리는 다시 함께할 결심을 하였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성숙한 사랑은 4가지 요소를 내포한다. 첫 번째, 사랑하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 관심. 두 번째, 상대방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여기는 태도. 세 번째, 고유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존경. 네 번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 사랑이 꺼져갈 때 사랑의 기술을 갈고닦아 강아지처럼 무한정 주는 사랑을 해보리라. 그리곤 동화처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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