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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Mar 07. 2019

찾아오지 마세요.

없어요, 없다고요, 없습니다.



집 주차장에 경찰차가 서 있었다.

뭐지? 하면서 집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경찰 아저씨 두 분이 내려오셨다. 뒤따라 내려오는 사람은 없는 걸로 보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아니면 처음부터 범인 따위 없었거나. 무슨 일로 출동하셨냐고 물어보려다가 때로는 모르는 게 좋을 때도 있으니까 묻지 않았다.


시끄럽게 벨소리가 울렸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인터폰으로 누군지 슬쩍 봤는데 1층 출입문 전등이 꺼져서 사람 형체만 보이고 얼굴은 안 보였다.

형체만 보이는 그 사람은 유령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끈질기게 벨을 눌렀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인가? 피곤하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


나는 주로 집에 있지만, 누군가 나를 찾아오면 없는 척했다. 특히 혼자 집에 있을 때는 불을 켜 두지 않는다. 없는 척에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에도 물러나지 않는 친구들이 꼭 있다. 벨이 아니라 문을 쾅쾅 치면서 ‘야,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 라고 소리치는 친구들 말이다. 끝까지 없는 척을 해보며 최대한 버텨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벨소리는 나만 참으면 되지만 쾅쾅거리며 이름을 부르면 이웃들 눈치가 보여 없는 척하기가 힘들어진다.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각자의 밤 멤버 3한테 전화를 걸었다. 멤버라고 해봤자 나, 아담, 쭈니 셋 밖에 없는 아주 작은 모임이다. 왜 전화를 했느냐고 묻길래. 각자의 밤 소집이라고 스벅으로 나오라고 했다. 나는 아담과 함께 있었고, 멤버 3만 나오면 우리는 완벽한 모임이 될 수 있었기에. 그러자 자신은 지금 잠수 중이라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잠수 중인데 전화는 받는구나 / 나

전화는 받아요, 안 그러면 민폐잖아요 / 쭈니

뭔가 엄청 친절한 잠수네 / 나


그렇다, 나는 이전에 없는 척으로 사람들을 (골탕?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황하게 만들었을 때, 핸드폰도 꺼두고 받지 않았다. 전화기 꺼두기가 귀찮아서 아예 정지를 시켜버린 적도 몇 번 있다. 도대체 그때 왜 그랬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해 줄 말은 없다.  


경찰은 출동했지만, 범인은 없었다.

사람들은 범인을 찾고 싶어 한다. (잡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를 찾아오면 마치 범인이 된 것 같았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범인이 잡히면 이야기는 끝난다.




찾아오지 마세요.



없어요,

없다고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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