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긴 마지막에게

내게쓰기

by 이경



안녕 !



잘 지내고 있는가?

난 말이야..

운동을 하면서 건강함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어.

오늘 카톡으로 병원에서 알림 문자가 왔어.

병원 예약일에 맞춰서 휴가를 미리 냈는데

복부초음파 검사 때문에 그전에 한번 더 와야 한다는 문자였어.

(전 그 날짜에 예약을 한 적이 없는뎁쇼)

낼 수 있는 휴가가 없는데.. 살짝 짜증이 났지만 어쩌겠어.

와야 한다는데 병 앞에선 늘 다른 선택지가 없지.

출근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면 되겠구나.


병원 들어가는 로비 쪽에 아주 크게 해피 뉴 이어라고 조명등을 달았더라.

그게 너무 아이러니한데 밤에 보면 또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해피 뉴 이어,라고 말하게 돼.

그리고 기도했지, 불빛을 보는 병원 안 사람들이

더는 아프지 않고, 살아 있어서 저 불빛밖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름다운 불빛이 아니냐고 말하면서.


운동을 가면 트레이너 쌤이 근육의 움직임을 보라고 하거든.

너무 힘드니까 자꾸 시선이 아래나 위를 향하는데

그때마다 “아니, 봐야죠”라면서 자꾸 내 몸을 보게 하시더라.

마음의 근육은 어떤 눈으로 봐야 할까.

피하거나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끝까지 보는 게 역시 중요하겠지?

어디에 어떻게 붙어서 어떤 모양새로 움직여지는지.


쌤들이 쓰는 말은 몇 단어 없거든.

엄청 단순한 그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머릿속도 덩달아 단순해지고 비워지는 느낌이야.

왜냐면 쌤이 내뱉은 말을 속으로 계속 중얼거리게 되거든.

“지금”

“마지막, 하나만 더”

“호흡”

“잘하고 계세요”

“빨리”


사실 살도 조금 빠지고 허리 치수도 줄긴 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직 잘 모르겠어.

3개월 차 정도 되니까 정체기 같기도 해서

살짝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어. (뭘 얼마나 했다고 벌써;;)


‘그래, 내가 모르는 근육들이 지금 붙고 있어.

생기고 있는 거야 !!’


운동 갈 때 걸어서 가거나

주로 따릉이를 타고 가는데

며칠 전엔 익숙한 풍경인데 되게 낯설게 느껴지는 거야.

버스를 타고,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수도 없이 많이 지나친 곳인데 말이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곳처럼 이곳이 원래 이런 분위기였나 싶었달까.

자전거를 멈추고 차도의 불빛을 보며

달라진 게 거리일까?

나일까?


난 죽어야만 천국에 가는 게 너무 치사하다고 생각했어.

사는 게 지옥 같은데 천국을 생각하며 여길 버텨야 한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느꼈거든.

당장 천국에 있고 싶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쉬울까??

세상을 바꾸는 쪽과

나를 바꾸는 쪽에서-


이제는 믿음도 약간 근육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지?


진짜 죽을 것 같아서 더는 못 들겠다 싶을 때

쌤이 항상 외치는 말이 있거든.


“마지막, 하나만 더”


죽을 것 같은 마지막 하나만 더 순간에 근육은 만들어지나 봐.

불친절한 녀석 같으니.

하지만, 그만큼 가장 정직한 녀석이기도 하니까.

근육이 생기는 순간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진 않지만...

“지금, 봐야죠”


끝까지 보고 싶어.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다고 믿는 것들.



마음의 잔근육이 생겨나는 순간을.





다니카와 슌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