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생각보다 이 바닥이 좁아
첫 직장을 잃은 나무는
백수가 되어 행복하다
내일이면 창가가 사라진다
도망칠 수 있어 지금까지
버틴 걸지도 몰라
다시 꺼내 쓸 수 없는 단어가 있다
각자에겐 서로
완성해야 하는
한 영혼이 있다
공원 사진을 오래 바라본다
공원에 깃든 눈으로
한자리에 앉아
해가 지고
사람들 얼굴
멎을 때까지
기록하고
찍는 사람의 뒷모습
뒷모습 뒤에
따라오는 빛
조용한 그림자
바람에 나부끼는
돗자리
슬쩍 빨간색 버튼을 눌러놓고
밖으로 간다
몰랐던 목소리들이
생을 이룬다
지우고 싶었지만
지우지 않기로
겹겹이
겹쳐지며
커졌다
사라진다
빈 돗자리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