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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May 19. 2021

청년지기




 정신을 차려 보니 발길이 멈춘 곳은 어느 장례식장 앞이었다. 입구를 바라보며 들어가는 게 맞는지 스스로 묻고 있었다. 고인과 내 관계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했다. 국화꽃을 올려둘 자격 같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      


 메일함에 메일이    있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서울시 2 청년지기 합격 통지서였다. 두서없는 말만 늘어놓은  같았는데 합격이라니 광고 메일뿐인 메일함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이었다. 바로 이에게 영상통화 버튼을 눌렀다.      


“헬~ 지금 여긴 새벽이야” 서이의 얼굴 대신 옅게 켜진 수면등 불빛으로 베개가 보였다.

“청년지기 합격!!”

“와우!” 느리고 낮은 음으로 호응했다. 여전히 서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할 말을 마쳤으니 자연스럽게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마 잠에선 깬 서이에게 쌍욕과 함께 연락이 올지 모른다. 네 탈출한 정신은 언제쯤 자리를 찾아가는 거냐며.      


 시청 소회의실에 모인 우리는 청년지기의 마음가짐과 하는 일에 대해서 장장 다섯 시간을 들어야 했다. 그게 끝인 줄 알았지만, 집에 가서는 시뮬레이션 VR도 24시간 이내 해야 했다. 나랏돈 받기가 어디 그렇게 쉬울까. 새로운 부서가 생기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기 마련이다. 올해 초 외로움 장관이 임명되고 바로 청년지기를 모집했다. 나는 운 좋게 2기로 뽑혔다. 지기가 하는 일은 외로움 대상자와 식사하기, 산책하기, 영화 보기 등등으로 사회적 외로움을 겪는 계층을 위해 나라에서 돈을 받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일이었다. 그들에게는 외로움 바우처가 발행되고 거기엔 한 달에 쓸 수 있는 정해진 시간이 제공된다. 외로움 계층에도 등급이 있어 등급에 따라 한 달에 사용 가능한 시간은 차이가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쓸지는 개인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지기들은 외로움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다. 가끔은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매칭 시켜 주기도 하지만 자동 매칭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지기 쪽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 그건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거부는 양쪽 모두 한 달에 3번 허용되었다. 엄마는 청년지기 이야기를 듣자마자 들으면 안 될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세상에나,라고 외치셨다. 아빠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며,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허공을 향해 손짓하자 전자 신문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몇 달 사이 청년 고독사 자살률이 더 올랐다고 말했다.








참고 기사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420/10649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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