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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n 19. 2024

천국보다 더 높은


2017년도에 써둔 글.


-



소리를 잃은 아침을 떠올린다.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아침.

그런 별 쓸데없는 상상을 나는 곧잘 한다.


이번주엔 병가를 내고 병원에 다녀왔다.

올해 쓸 휴가가 없어서 내년 휴가를 가불 받았다. 병원엔 9년 만에 가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은 어떻게 9년 만에 병원에 올 수 있느냐고 했다.(내년 2월에 다시 가야 한다)

아픈 사람들은 병이 있다는 얘기를 잘 안 하게 된다. 걱정을 끼치는 것 같아서- 또 누군가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오른쪽 귀의 청력이 30% 정도 떨어진다고 말했더니 그럼, 장애인이라고 명찰이라도 달고 다니지,라며 비아냥거렸던 사람도 있다. (그 사람도 내게 상처받아 그런 것이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그런 비아냥을 자주 하니까)


누군가 나를 아프게 하면 이제는 미워하는 대신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그럼 마음이 좀 괜찮아진다. 나도 누군가를 자주 아프게 만드니까.(미안해)


선생님 책상에 시집이 놓여있었다.

동백 아래.


-


요즘 광용이 생각이 많이 난다.

이유 없이 반 아이들을 때리던 광용이.

그것도 엄청 세게 아프게. 어떤 친구들은 울었고, 어떤 친구들은 화가 나서 같이 싸웠다. 그때 나는 정말 노이로제에 걸리는 줄 알았다. 살면서 그렇게 이유도 없이 친구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아이는 처음 만나보았기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힘으로 두 팔을 붙잡고 예배실 밖으로 끌고 나갔는데 화가 안 풀렸는지 계속 씩씩거렸다. (그 모습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의자에 앉혀놓고 10분 정도를 기다렸다.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광용아, 아이들 왜 자꾸 때려?”

“몰라요.”

“아니야, 이유가 있을 거야”

“몰라요, 그냥 화가 나요.”

“왜 화가 날까?”

“몰라요, 화가 나요..”


방금 전까지 아이들의 머리통을 막 때리던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제 안에 악마가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그래. 근데 광용아 화가 난다고 아이들을 때리면 안 돼. 네가 아이들을 때리면 너한테 맞은 친구도 화가 나잖아. 하나님이 팔을 주신 건 때리라고 주신 게 아니라 이렇게 안아주라고 주신 거지”


그 이후로 광용이는 점차 좋아져서 아이들을 때리지 않았고,  오히려 누가 자길 때렸다며 와서는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당시 광용이는 아빠를 잃었고, 돌아오지 않는 아빠 때문에 슬퍼서 화가 났던 게 아닐까? 너무 슬프면 그것이 화로 번지기도 하는구나.


아주 오래전에 아빠가 ‘’네 글은 깊이가 없어”라며 일침을 가했던 적이 있었다. 만두를 빚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 나는 욱 했고, 아빠에게 내 글을 읽어본 적이나 있냐고 대들었다. 그러자 아빠는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그걸 꼭 읽어봐야 아냐고 응수했다. 마치 네 글은 안 읽어봐도 보인다는 듯이. 엄청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그때 사람도 많이 만나 보고 밑바닥까지 떨어져 보라고 이야기했다. 들으면서 딸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아빠의 말을 이해한다. 아빠의 마음을. 나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이 진짜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빠가 사랑한 시가 나도 좋았다고, 아주 많이.


얼마 전에 @@ 오빠가 했던 말이 너무 멋져서 자주 곱씹는다.


“시는 삶을 바꾸는 게 아니고, 삶을 바라보게 하지”


지금, 침묵하는 건 잘 말하고 싶어서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떤 창이 되어야 할까?


-



그래, 넌 지금 어떤 창이

되었니?

되어가고 있는 중인 거니?


누군가는 죽었는데

나는 아직도 여전히 산 사람이다.

정말, 그럴까?

정말로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맞는 걸까?

그런 척하고 있는 건 아니고 ??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거야.

차라리 하나님을 협박하는 게..

저번주엔 그 누구도 협박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예배에 갔더니-

세상 편한 잠만 쏟아졌다.

변명을 하자면, 율법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율법 말씀은 시리즈였고

몇 개의 시리즈가 더 남아있는지 몰라 나오면서 제기랄

울적했다.

노잼, 핵노잼..

이번주도 들어야 하는 거임?

그래서 다시 하나님을 협박하면 나아질까?라고

카페로 가며 생각했다. (나쁜 인간)


자다가 깨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따 점심엔 넓적 냉우동을 먹으러 갈 거거든~

첨 먹어 보는데

맛있었음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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