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진정시킨 뒤 카드를 섞는다.
아직 어설프지만, 카드를 촤-르-륵 펼친다.
질문을 생각하고 왼손으로 한 장을 골라 뒤집는다.
카드를 해석한다. 카드는 좋은 카드가 나오는데,
오늘도 난 우울한 일을 마주한다.
이거 맞는 거야?
어느 날, 충동적으로 핸드폰을 켜서 타로 설명책 + 타로카드를 샀다. 정말 충동적이었다. 매번 고민이 있을 때마다 단골 타로집에 가서 점을 봤었는데, 이제 매일매일이 고민이고 걱정이라 내가 내 운세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번 찾아가기엔 돈도 돈이고, 고생도 고생이었기에...)
타로카드는 촉으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전부 다 암기였다. 하나의 키워드에서 두 개, 세 개 가지치기로 뻗어 나가며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게 타로였다. 내담자 입장에서 볼 땐 몰랐는데 타로 카드를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냥 모든 카드에 이름이 있는 줄 알았는데 22장의 메이저 카드와 56장의 마이너 카드, 그리고 완드, 소드, 컵, 스타,,,,진짜 너무 어려웠다.
심지어 타로 강의 영상을 보려면 왜 이리 유료 강의가 많은지, 책만 읽어서는 해석도 힘들고 하나의 카드에 키워드는 왜 이리 많고 해석 가능성은 뭐 이리 풍부한지 오늘 운세 한 번 점쳐 보려다가 더 복잡한 인생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처음엔 사놓고 한 세 달 방치해 뒀다. 카드는 꺼내 보지도 않았고, 책은 펴보지도 않았다. 꼴도 보기 싫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타로를 배우겠다고 했는지 그저 인생 사는데 집중했다.
근데 어쩌나... 나는 언제나 하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걸 꼭 한 번은 뒤집어도 보고, 펼쳐도 보고, 읽어도 보고 해야 하는 사람인 걸. 그래서 얼마 전부터 다시 타로를 공부하고 있다. 아직 78장의 카드들을 다 외우지도 않았는데 그냥 일단 섞고 펼치고 한 장을 뽑아 해석을 듣고 직접 질문한 거에 해석을 해본다.
효과는... 아직 미미한 거 같다. 매번 뽑을 때마다 좋은 카드가 나오는데 아직 좋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분명 오늘 운세나, 내일 운세를 보는데 왜 그 당일 날에 좋은 일이 생기기 않는 것인지 참...
아직 타로카드 78장을 다 외우지도 못하고 해석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데 괜히 다른 예쁜 타로 카드에 눈길을 주고 있다. 인터넷에 '타로 카드'를 쳤더니 무수히 많은 예쁜 카드들이 쏟아져 나와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심지어 타로 카드 펼칠 때 스웨이드천을 깔아 놓으면 잘 펼쳐진다 해서 그것도 알아보고 있다. 이러다 타로 카드 창업반 수업 결제해서 창업까지 할 기세다. (아 나 창업할 돈 없지...^^)
인생을 운에 맡기면 안 되지만, 괜히 운에 맡기고 싶어 진다. 내 탓을 하기 싫어져서 그런가 보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현실은 도피하고 싶고, 내일은 막막하고. 그런데 뭐 어떡하나 이래도 인생, 저래도 인생, 아홉수 찐-하게 빡-세게 힘들게 보내보는 거지. 또 한 번 버텨보는 거지.
내일 일어날 일 아직 제대로 점치지는 못하지만, 의사가 제 병 못 고치듯 공부하다 보면 다른 사람 인생 한 번 조언할 수 있는 실력 언젠간 되겠지. 이러다 창업해서 현금 쓸어 모으면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