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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서 김태림 Jun 10. 2021

다시 만난 채용팀 (Talent Acquisition)

최종 면접 그리고 채용담당자

IT 서비스 기업 채용팀 인턴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2주 차. 대략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채용 업무가 아직까지는 너무 반갑고 좋다. 회사는 시카고에 위치해 있지만 팀원 중 한 명은 인도, 한 명은 텍사스, 한 명은 시애틀, 한 명은 시카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최근 한 사모펀드 회사에 인수가 확정되면서 엔지니어 같은 기술적인 직무 이외에도 세일즈, 컨설팅, 마케팅 등 다양한 경영 직무와 직위를 채용하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현재 IT 업계는 하루에 수십 건의 오퍼가 오고 간다)   


학기 말 프로젝트 마무리와 기말고사 시험 준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번 여름 방학을 학교 리서치 파크 인사팀 인턴으로 보내게 될 줄 알았다. 공대가 유명한 학교라 그런가 학교 안에 기업들이 자체 연구소를 만들었다. 총  120개 기업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도 있었고, 스타트업도 있었다. 이들을 총괄 관리하고, 여름 인턴들 오리엔테이션도 맡게 되어서  좋은 기회는 맞았다. 하지만 학부 때 했던 예전 HR 인턴십들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임금이 타기업 대학원생 인턴십 기준에 비해 낮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이런 갈증을 느낄 때쯤 3월에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던 한 IT 서비스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채용팀 (Talent Acquisition)에서 원래 하기로 한 인턴이 개인 사정으로 못하게 되면서 자리가 생겼다고 혹시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 기업은 최종 면접 때  분위기가 너무 좋아 합격한 줄 알았던 기업 중에 하나였다. 다음날 시니어 매니저와 인터뷰를 했고, 거짓말 같게도 그날 오후 오퍼 레터를 받았다. 


나에게 있어서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는 인터뷰의 연속이었다. 

그놈의 여름 인턴이 뭐길래.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퇴사 후 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면서 MBA 조교도 하고 교내 Diversity & Inclusion (다양성과 포용성) 부서에서 인턴도 했지만 채용이던, 교육이던, 평가던 보상 쪽이던, 다시 인사담당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요즘 주목받고 있는 HR 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산업, 다양한 HR 포지션에 지원했다. 


회사별로 1차, 2차, 3차까지 면접이 있다 보니  대략 일주일에 2번 정도 전화 인터뷰나 화상 면접을 봤다. 코로나 때문에 구조조정도 많이 일어났고, 예전보다 신입이나 인턴을 뽑는 회사들이 줄기는 했지만,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현재 미국 중부에 살고 있지만 실리콘 밸리 쪽이나 다른 지역 회사들까지 폭넓게 지원할 수 있었다.  하나 둘 같이 공부하는 미국 친구들이 캠퍼스 리쿠르팅에 성공해 여름 인턴십 오퍼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학부 3학년 때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도 서류, 1차 전화면접, 최종 면접까지 통과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것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왜 항상 마지막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을까.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모기업 채용담당자가 보내준 편지 (나 또한 이런 채용담당자가 되고 싶다  )


15개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회사들을 놓고 채용 담당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크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눌 수 있었다. 

먼저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은 나는 유학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턴으로 뽑아서 훈련시킨 친구를 정직원을 고용하고 싶을 것이다. 졸업 후 1년 동안은 OPT로 일할 수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비자 지원을 해줘야 되는데, h1-b 비자가 로터리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안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그 사람을 뽑아야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추첨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유학생들이 그렇듯 비자 문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포기하는 것과 내려놓는 것은 다른 것이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 이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결국 최종적으로는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는 마음가짐이다. 굳이 h-1b 가 아니더라도 다른 취업 비자도 있고 가끔 개인의 문제보다는 회사 내부의 문제로 변수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겸허하게 받아 드리자는 생각으로 살기로 했다.  

하지만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꿔 보기로 했다. 단순히 인터뷰 준비를 넘어서  ‘내공의 힘’을 기르는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 언제든지 현장에 투입될 준비. 단순히 엑셀, SAP, Workday 같은 기술적인 프로그래밍 활용 능력을 넘어서서 문제 해결을 위한 폭넓은 사고 기르기. 준비해서 나온 답보다는 생각하며 일한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 말로 표현하면 쉬워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들은 평생의 숙제 일수도 있다.  


오늘도 수십 장의 레쥬메를 읽고 다섯 건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았다. 그리고 지원자에게서 소중한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나에게 배정된 포지션들의 Job description (직무기술서)과 레쥬메를 꼼꼼히 읽어보고 담당 매니저들과 인터뷰 단계로 넘어갈 '선택받은 자'들을 골랐다. 1차, 2차, 3차. 


이 여름이 지나고 나 역시 지원자의 입장이 돼서 수많은 인터뷰들을 보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때도 지금의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길, 그리고 고생했다 김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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