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궁지에 몰릴 때면 거짓말을 해댔다.
너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면서 몰아세웠다.
너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이나.
너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길 원했다. 머리를 기른다던가 조신하다라던가.
너는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받길 원했고 본인에게만 애정을 쏟길 원했다.
이별을 결심했을 때 내가 기억한 너의 모습이었다.
너는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핸드폰 너머로 작곡한 기타 연주를 들려주곤 했다.
너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진심을 꾹꾹 담고는 했다.
너는 웃을 때마다 눈이 반달이 되었고 그건 너의 최고의 무기였다.
너는 하루 종일 나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생일 소원을 빌었다.
너는 걸을 때면 손을 잡아주었고 본인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괜스레 고마워했다.
이별이 지나간 후 나에게 남겨진 너의 모습이었다.
모든 이별이 지나간 자리에는 기억의 조각들만 남았다.
모든 순간에 네가 있었으며 모든 계절에 네가 서있었다.
때로는 아프기도, 쓸쓸하기도, 그립기도, 사무치게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담담히 끄집어낸
많은 이별을 마주한 '나'와 '너'의 남겨진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