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로와 벚꽃 3

by 애니마리아




‘자연처럼 의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대개 강제적인 힘이나 철저한 계획이 반영되지 않을 때 ‘자연스럽다’라는 말도 하지 않나. ‘자연’과 ‘의도’라는 단어의 조합은 다소 모순처럼 여기 지기도 한다. 물과 기름처럼 억지로 섞어 놓은 화합물처럼.


* 의도적: ‘무엇을 하려고 꾀하는 것’(표준국어 대사전)



이 어휘에 대한 실제 느낌은 덧칠한 그림처럼 진하다. 다른 불순한 목표나 심정을 담아 행동하는 것, 긍정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자주 쓰는 듯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로는 ‘의도적 deliberately(혹은 계획적으로, 의식하여)'란 말을 핵심적 메시지로 사용하며 글을 이어나간다.


“Let us spend one day deliberately as Nature, and not be thrown off the track by every nutshell and mosquito's wing that falls on the rails. Let us rise early and fast, or breakfast, gently and without perturbation; let company come and let company go, let the bells ring and the children cry,-determinded to make a day of it.”


자연처럼 의도적으로 하루를 보내자. 철길에 떨어지는 견과류 껍질과 모기의 날갯짓에 일일이 반응하며 가던 길에서 벗어나지 말고. 이른 아침 눈을 뜨고 바로 일어나거나 아침을 먹는 것이다. 평온하게 이렇다 할 동요 없이. 친구의 왕래를 허락하며 종이 울리게 놓아두며 아이들은 울게 내버려 두자. 온종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

(107쪽)"Where I Lived, and What I Lived for" from Walden




어쩌면 내가 생각한 의도적인 삶, 자연과 같은 삶은 지극히 인간적 관점에서만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몇 살에 이런 목표를 이루고 이렇게 살도록 어떻게 살며 이런 삶을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등 쉼 없이 늘 달려가기만 하는 삶,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들 보기에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는 삶, 어느 정도 괜찮아 보이는 삶, 결국 타인을 의식한 삶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면 자연(自然)을 들여다보자. 자연보호, 자연스럽게처럼 우리는 ‘자연’하면 산, 강, 바다, 나무와 같은 환경을 주로 가리키고 의식한다. 사전을 보니 자연의 뜻은 단일한 개념만 있지 않았다. 그 가운데 철학과 관련하여 ‘사람과 사물의 본성이나 본질’이라는 의미가 눈에 띄었다. 소로가 추구하는 삶은 아마도 자연 속에서 자연의 본질을 깨닫고 본성에 집중하는 자연을 닮은 생애였을 것이다. 타인(역사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배운 개념을 포함하여)이 정해준 혹은 암시하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의 본성에 따라 본질적인 삶을 의식하며 사는 태도를 지향한 게 아닐까.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비가 와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주말이 다가왔을 때 다시 비 소식이 들렸고 벚꽃의 화려한 만개를 보지 못할까 봐 서둘러 길을 나서게 되었다. 혼자는 의미가 없다며 남편과 함께 데이트 약속을 하고 저녁에 만나 벚꽃이 늘어선 안양천을 걸었다. 수많은 사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그들 사이를 걸어가자니 그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인공 램프의 불빛이 아무리 벚꽃의 화장을 도우더라도 밝은 낮의 보는 민낯을 이길 수는 없었다.




매년 때가 되면 벚나무들은 주변의 매연과 오락가락하는 기온에도 불구하고 개화의 진통을 겪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본연의 성장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우리는 매번 보고 매번 감탄하지만 자연을 따라가지 못하고 다시 인공적인 삶에서 허우적대곤 한다. 그래서 자연의 순환과 그 생명력을 갈망하고 또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지칠 때, 힘겨울 때, 어느 지역에서 사라져 간 나무들에게 미안해하며, 또 한편으로 이렇게 아름답고 끈기 있는 자연의 힘을 받아 감사해하며.




“색시야, 우리 내일 아침에 일찍 다시 나와 보자. 비는 오후부터 온다고 하니, 벚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더 눈에 담고 추억을 쌓고 싶네.”




나의 안드레아는 꽃을 좋아한다. 그런 안드레아와 함께 걷는 것이 좋다. 내게는 그와 걷는 것이 곧 의도된 삶이므로. 우리는 그렇게 약속을 하고 아쉬운 데이트를 마쳤다. 나도 그곳의 벚나무들처럼 의도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900%EF%BC%BF20250412%EF%BC%BF094332.jpg?type=w1



900%EF%BC%BF20250412%EF%BC%BF110608.jpg?type=w1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의 눈, 가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