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어 원서

삐딱한 건 날개가 아니라 나의 마음

<CRICKWING>

by 애니마리아






올해 초 다룬 자넬 캐넌의 작품 <Stelleluna>에서는 과일박쥐를 다룬 적이 있다.

"https://blog.naver.com/mylover7661/223707616811

네가 달라서 좋은 거야 <Stellaluna>

Title: <Stellaluna> Author: JANELL CANNON PUBLISHER: CALRION B...

blog.naver.com"



일반적으로 선호되지 않는, 심지어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동물을 소재로 따뜻하고 섬세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는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된 건 행운이다. 사람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 생명 자체에 대한 경의로움을 깨달아가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아름답다.



캐넌의 이런 스타일을 탐구하는 연장선상에서 다룰 두 번째 이야기는 <CRICKWING(번역서:바퀴벌레 삐딱날개)이다. 개인적으로 무서워하는 동물과 곤충이 있다. 싫어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움찔하게 되는 그런 존재들. 1번 뱀, 2번 거미, 바퀴벌레는 3번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번역서 제목을 먼저 보았다면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디즈니 영화에 나올 법한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과 ‘CRICKWING(삐딱날개)’이라는 경쾌한 어감, 알록달록한 예술품을 보건대 메뚜기 같다고 추측했으니까.



어릴 적 커다란 두꺼비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날개 하나가 구부러진 바퀴벌레,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 때문에 그의 이름은 ‘삐딱날개’가 되었다. 치타, 원숭이 등 큰 동물들에게 늘 시달리며 괴롭힘을 당하지만 자신보다 작은 존재, 개미들을 보며 그들의 성실함을 비웃는다. 여왕개미의 분노로 삐딱날개는 잎걷이 개미에게 잡혀 결국 군대개미에게 바칠 희생 제물로 결정되는데......



“Nobody deserves that, not even this big bully," said Eartha. " I say let him go. He never really hurt any of us.”

"What will we tell the queen?" Terra gasped.

"And what about the army ants?" Gravel howled.

"They'll level our colony! “

"I just can't wath them shred this guy", insisted Eartha.



자신의 종족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시작이 좋지 않았고 희생양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같은 생명이라는 가치를 존중했던 잎걷이 개미들의 언행에서 필자는 왠지 부끄러웠다. 나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은 미물을 대해 무조건 거부감으로 대응한 나의 모습이 미성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그들의 심리가 우화 속에서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두려움 속에서, 세상의 비난 속에서도 용기를 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소신 있는 발언과 행동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모욕을 복수가 아닌 배려와 친절로 대응한 품격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 책에는 생생한 구동사 표현이 많이 나온다. 한글 조사를 능숙하게 쓰면 외국인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한국어처럼 들리듯 풍부한 영어 어휘 습득에 도움이 될 듯하다. dart away(잽싸게 도망가다), scoop up(퍼 담다, 주워 담다), leap into(뛰어오르다, 도약하다) 등의 표현이 만화책의 정지 화면을 애니메이션 필름처럼 생생하게 전환한 효과를 발산한다.



<Stelleluna>에서는 야행성(nocturnal) 과일박쥐와 주행성(diurnal) 새의 공생이 그려진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바퀴벌레와 잎걷이개미 ant)의 인연과 우정이 그려진다. <파브르 곤충기>처럼 종류, 습성을 자연히 알게 되면서도 소설 <개미>처럼 동물 세계의 서스펜스와 사건, 대사가 모험의 줄기를 타고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미술적으로도 독특한 일러스트 또한 돋보인다. 커다란 캔버스에 담긴 컬러에 파스텔풍으로 처리한 듯한 부드러운 이미지가 혹여 벌레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히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한 면을 차지하는 글밥 부분 구석에 늘 세세한 소묘로 이야기 전개를 돕는 그림이 묘사되어 주요 그림과 대비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작가의 센스가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곤충에 흥미가 있는 독자에게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도록 돕는 메모가 후반부에 추가되어 있다. 주인공 삐딱날개 뿐만 아니라 친구 개미부터 적인 군대개미까지 일반적인 특징과 역할, 특성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전문 용어가 꽤 있어서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선택사항이니 바로 읽지 않아도 좋고 다시 읽기를 하며 심화적으로 접근해도 좋다.





900%EF%BC%BF20250423%EF%BC%BF075628.jpg?type=w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네가 영원히 아기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