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명상
'Then I'm going to give you a lift.'
'I can't. We're enemies.
"학교까지 데려다 주마."
"싫어요, 절대로 안 돼요. 우린 적이잖아요."
p.106/ <My Sweet Orange Tree> 중에서
* 깊고 느리게 읽는 독서이니 MSOT=My Sweet Orange Tree라고 할게요.:)
개구쟁이로 태어난 아이는 개구쟁이로 사는 게 정체성이다. 본성이 그러한데 억지로 누를 수 없다. 대신 주변의 사람들, 특히 부모나 이웃은 버겁고 힘이 들 수 있다. 무난하고 순한 아이는 아이라면 그저 좋기만 할까. 편하기는 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힘은 들지만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더욱 성숙해질 기회가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아이의 부모는 더욱더 도를 닦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지난번 어긋남을 넘어선 두 사람의 살벌했던 첫 만남을 다시 떠올려 본다. 어렴풋이 그 두 사람의 우정이 남달랐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던 중에 제제가 욕과 저주를 퍼부을 만큼 좋지 않았던 장면을 읽을 때의 충격이란!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런 순간이 있었기에 그들의 우정은 시작할 수 있었고 특별해졌다고 생각한다.
포르투갈 아저씨의 차 뒤편에 올라타 위험을 자초한 죄로 친구들 앞에서 엉덩이를 흠씬 두들겨 맞은 제제는 아직도 분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이의 입장에서 체벌의 기억은 강력하다. 자신의 잘못 여부를 떠나서 체벌을 받을 때의 모욕감, 고통이 때로는 트라우마처럼 남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체벌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 때문에 어른을 저주하고 어른이 되면 죽음으로 복수하겠다고 맹세한 제제의 말에도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다. 물론 소설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이후 제제는 이 포르투갈 아저씨를 피해 다니면서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제제의 본성은 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일로 부모와 누나에게 혼쭐이 난 제제는 결국 '외출 금지'를 받았고 홀로 장난거리를 찾다가 이웃 마당에서 유리조각을 밟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손가락 깊이만큼 깊숙한 상처로 말도 못 할 고통이 온몸을 조여왔지만 부모에게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상처를 치료하기보다 또다시 혼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글로리아 누나가 임시로 상처를 닦아주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헝겊을 두르고 등교하게 된 제제. 절뚝거리는 모습을 목격한 포르투갈 아저씨는 제제에게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했으나 제제는 갈등한다. "우린 적이잖아요."라는 말과 함께.
잠시 내가 포르투갈 아저씨의 입장이라면 이때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본다. 호의를 거절한 괘씸한 아이라고 단정 짓고 그냥 물러서겠는가. 아무리 이웃이지만 남의 가정사요, 타인의 아이니 괜히 오해만 사지 말고 포기하겠는가.
포르투갈 아저씨는 당찬 제제의 도발에 이렇게 대답했다.
'I don't care. If you're ashamed, I'll drop you off before we get to the school. OK?'
I was so moved that I didn't even reply.
"(우리가 적이든 아니든 ) 상관없다. 정 창피하다면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주면 되잖니. 어떠냐?"
나는 너무 감동받아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p106
그길로 포르투갈 아저씨는 약국으로 데려가 제제를 치료해 주었고 진심으로 제제를 위로하고 가슴에 품어 주었다. 제제가 용감한 꼬마라는 말과 함께. 그때부터 포르투갈 아저씨는 제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세대를 넘은 우정을 주고받은 영웅이다. 자신만의 고집과 생각을 표현하면서도 선을 베풀고 그 선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두 사람 모두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