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MSOT)
아직 작품의 가장 슬픈 결말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4장 기억에 남을 만한 두 번의 구타'의 후반부를 읽다 말고 나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잠시나마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잔인해, 잔인해, 잔인해. 말도 안 되게 잔인해.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잔인한 글을 쓴 거지?'
다뤄야 할 문제는 단순히 한 구절, 한 문장, 하나의 단어가 아니었다. 제제의 진짜 의도와 생각을 아는 독자로서 그 아이가 겪어야 했던 폭행과 저주의 말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옮기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작은 오로지 제제의 순수한 사랑과 연민에서 비롯되었다. 오랜 시간 실직자로 지내고 있는 아빠가 너무 힘들어 보여 제제는 노래를 불러 드리기로 결심한다. 길거리 음악가에게 배운 노래였다. 차마 가사를 그대로 옮길 수가 없다. 5살짜리가 듣거나 말해서는 안 될 음담패설류의 가사라고만 해 두겠다. 화가 난 제제의 아빠는 다시 불러보라고 명령한다. 제제는 영문도 모른 채 노래를 반복한다. 바로 그 순간 아빠는 제제의 얼굴을 후려친다. 아무런 말도, 설명도 없이 아빠는 제제의 얼굴에 매질을 반복한다. 노래를 반복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제제는 혼란스럽다. 아빠의 명령을 계속 들어야 할지, 가만히 있어야 할지.
결국 제제는 멈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아빠에게 맞는 마지막이라고 속으로 선언하며 독기를 내뿜는다. 자신의 소중한 연풍선을 파괴한 잔디라 누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아빠에게 퍼붓는다.
살인자! 차라리 저를 죽여요. 아빠는 감옥에 갈 테니!
Murderer! Go ahead and kill me. You'll get what you deserve in prison!
131/My Sweet Orange Tree
'
제제의 바람과 달리, 아빠의 매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이었다. 제제가 아빠에 대한 최악의 복수를 꿈꿀 만큼. 아빠는 금속이 달린 허리띠를 풀었고 제제가 실신할 때까지 때렸다. 제제는 생각했다. '마치 천 개의 손가락이 자신의 온몸 구석구석을 때리는 것 같았다'라고. 설마, 설마 하는 순간 나는 제제가 들어서는 안 될 저주의 말을 그의 아빠에게서 들었다.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그 말을.
주먹을 꼭 쥐고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도록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제제가 정신을 겨우 차리고 엄마에게 한 말을 듣고 나는 그만 무너져버렸다.
"Mother, I shouldn't have been born. I should have been like my balloon...
엄마,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는 (갈기갈기 찢긴) 풍선처럼 되었어야 했는데..."(p.133)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거의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어른들이 읽어야 할 작품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는 게 왜 중요한지,
아이가 나쁜 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그들을 가르치고 혼내기 전에 왜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지를
왜 침착해야 하는지
왜 설명해야 하는지
왜 들어줘야 하는지
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질문해야 하는지
왜 그들이 사랑을 멈추는지
제제가 아빠에게 복수하겠다고 말하자 깜짝 놀란 포르투가 아저씨가 되묻는다.
"정말 아빠를 죽이겠다고?"
"네. 전 이미 복수를 시작했어요. 살인은 꼭 총으로 누군가를 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고요. 사람은 마음속으로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어요. 사랑을 멈추면 돼요.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거든요."(p. 140)
아이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극단의 고통에 몰린 아이가 사랑을 멈추는 순간 누군가의 세상에서 빛은 사라지니까.
제제가 이 말을 하기까지 겪었던 사건을 따라가면서 어른들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나 또한 내게 가해진 언어적, 신체적 고통이 떠올랐다. 동시에 혹여라도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 그 상처를 너무 드러낸 건 아닌가 돌이켜 본다. 제제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픈 건 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 같다는 자괴감도 있다. 이제는 둘 다 성인이지만 내게는 늘 아이 같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자녀는 늘 어리게만 보인다는 말은 평생 나를 따라다닐 것 같다. 부모가 된다는 건 늘 마음이 아플 각오를 해야 하는 일 같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어 인간은 후회한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인간. 피하고 외면해도 결국 후회는 부메랑처럼 다가온다. 제제를 무자비하게 때린 아빠도 매질 후 정신줄을 놓은 자신을 비난하고 후회했다. 아빠에게 악담을 퍼부은 제제도 자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 말하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래도 사랑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돌파구를 찾게 되듯 사람에 대한 사랑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존재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