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와 <허브 정원의 비밀>

by 애니마리아


여러분은 ‘파란색’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검고 푸른 바다나 <푸른 수염>에 나오는 무서운 캐릭터, 구름 한 점 없는 파란색 하늘, 아니면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나는 벨기에의 동화, <파랑새>인가요? 누군가는 ‘파란색은 파란색이지 하며 옷을 고를 때 무난한 색’ 정도로 여기기도 합니다. 파란색 자체는 맥락에 따라 우울함이나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파랑새>처럼 희망이나 행복의 의미도 있습니다. 심지어 신뢰, 지성, 진실을 나타내기도 한다지요. 파란색은 이렇게 다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문화권마다 생활이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니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시나요? 동화에 영감을 주는 ‘파랑새는 실제로 파란색보다는 청록색에 가깝다고 합니다. 깃털에 푸른색이 감도는 건 사실이나, 경계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검은색이나 갈색이 섞여 있다고 하죠.




몽고메리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녀의 내면에 늘 소년과 소녀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 팬 같아요. 결혼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중년의 여인이 되어도 사진 속 몽고메리의 눈에는 언제나 빛이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그녀 주위에서 팅커벨이 빛을 비춰주는 건 아닐까 상상하게 되죠. 평생 글과 자연을 사랑하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녀서 그랬을까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빨간 머리 앤』으로만 유명한 게 아닙니다. 몽고메리는 소설만 20권, 530편의 단편 소설, 500편의 시, 30편의 에세이를 출판했습니다.




1923년 그녀는 캐나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왕립예술협회(RSA)의 회원이 되었어요. 이 기관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그 당시의 상황으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1920년대는 여전히 여성들이 학문, 예술 기관에서 정식으로 인정받기 힘든 시기로 몽고메리는 예외적으로 적용된 셈이죠. 그녀의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기여로 인정했다는 뜻이니까요. 게다가 1935년에는 대영 제국 훈장(OBE: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았습니다.




이런 몽고메리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궁금했습니다. 1874년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캐나다의 작은 주, 프린스 에드워드 섬(Prince Edward Island, PEI)에서 태어났어요. 많은 작품의 배경이 된 이 섬은 아름다운 마을과 친밀함이 매력인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외조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도 시와 글쓰기에 열정을 쏟아부을 때 많은 영감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 속으로

제가 이번에 번역한 작품 『허브 정원의 비밀』은 짐스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식사 시간 때 실수로 푸딩을 흘렸다는 이유로 먼 친척인 이모는 짐스를 푸른 방에 가둡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어요. 10살 내외인 소년이 반복적으로 어둡고 큰 방에 갇혀야 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나마 같이 사는 월터 외삼촌은 짐스에게 다정하지만 늘 돌봐야 할 환자가 많아 만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짐스는 방안의 모든 것이 자기를 공격할 것 같은 상상에 시달리다가 창문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상상하죠. 저곳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창문 밖 세상에는 그토록 바라던 장소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이제 짐스는 결정해야 합니다. 방에 머문다면 안전하게 있을 수는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짐스는 어떻게 될까요. 정말 창문 너머에는 멋진 세상이 펼쳐질까요? 아니면 푸른 방보다 더 끔찍한 괴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몽고메리의 이 신비하고도 반전이 숨어 있는 이 작품은 1918년 《맥클린스》(MACLEAN’S 3월 호)에 처음 실렸습니다. 《맥클린스》는 1905년 창간된 캐나다의 종합 시사, 문예 잡지로 그 당시 몽고메리의 주요 발표 지면 중 하나였고요. 1909년에서 1920년대 초까지 많은 단편이 이 잡지에 게재되었고, 일부는 나중에 단편집으로 묶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캐나다의 정치, 사회, 문화, 인물,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고 해요.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는 팬, 장편이 아니라 단편의 매력으로 몽고메리의 작품을 맛보고 알고 싶으신 분, 저를 포함하여 어린 나의 동심을 떠올리며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고 싶으신 분께 이 작품을 추천해요. 여러분도 한때는 두려움에 떨고 사랑을 갈구했던 어린아이였을 테니까요:) 참, 살짝 힌트를 하나 더 드리자면 이야기 후반에는 반전과 함께 멋진 로맨스도 펼쳐지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안네 프랑크는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입 다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당신이 의견을 갖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나는 글을 쓸 때 모든 것을 떨쳐버릴 수 있다. 내 슬픔은 사라지고, 용기는 다시 태어난다.
온갖 비참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그 누구도 베풀어서 가난해진 경우는 없다.

<영어 명문장 필사 노트>/이근철 중에서




몽고메리라고 슬프고 힘든 순간이 왜 없었을까요. 둘째 아이는 사산했으며 목사인 남편이 신경쇠약을 앓는 바람에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읽고 쓰는 즐거움으로 삶의 애환을 이겨내며 작품으로 녹여낸 몽고메리의 작품을 읽으며 차 한 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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