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을 읽기 전, <3분, 북도슨트>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상승과 몰락의 아슬아슬한 줄타기'(9쪽)
이는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사이』 작품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큰 줄기이면서 피츠제럴드 특유의 문체와 심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동시에 작가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케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때 사랑했지만 부유한 사람과 결혼한 첫사랑 앞에 나타난 남자 주인공(개츠비)의 화려한 성공과 부활, 얽히고설킨 운명과 갈등의 드라마처럼 이 작품도 두 남녀의 어긋난 심리와 갈등이 드러난다. 화려한 모습 이면에 어둡게 자리 잡은 인간의 잔인한 본성과 심리가 묘하게 겹쳐지기 때문이다. 단편이어서 그럴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전자에 비해 후자가 좀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지금 어디 있어?"
"난 지금 공항이야. 몇 시간 머물 수 있어."
"아, 그럼 이쪽으로 와."
도널드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아까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그가 '공항에 있어.'라고 말한 것은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상류층 지위에 있다는 암시였다.
p. 19~20/『비행기 환승 세 시간 사이』
첫 세 줄의 대화를 보면 어떠한가.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인 간의 평범한 대화라고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조금 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면, 부부간, 친구 간, 이성 간에 서로의 소재를 파악하고 만나려는 상황임을 파악하는 정도까지 갈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뒤에 나오는 '상류층 지위'라는 문구다. 이 어휘가 등장한 순간 평범할 뻔했던 이 대화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깝든, 가깝지 않든 이 표현 하나로 예사로운 관계는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의심과 질문을 끊임없이 이끌면서.
'자신이 상류층 지위에 속해있음을 상대에게 밝히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공항이라는 장소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이야기는 도널드라는 남자가 비행기로 어느 곳을 가는 도중에 들른 경유지에서 시작한다. 그곳은 오래된, '철도역 창고' 같은 '푸엘로 공항'이라는 외진 장소. 다음 비행기를 타려면 약 세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공항에서 머물자니 다소 지루하고 긴 시간이고 호텔을 잡고 돌아다니자니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야말로 애매한 시간대에 빠진 셈이다. 문득 그는 20여 년 전 좋아했던 첫사랑을 떠올렸고 전화번호부에서 연락처를 찾아(미국은 20세기말까지 성과 이름으로 지역 전화번호부에서 연락처를 검색할 수 있었다) 전화를 건다. 바로 앞에 언급한 대화가 도널드와 낸시라는 남녀의 전화 내용이다. 도널드는 겨우 세 시간 동안 무엇 때문에 전화를 건 것일까? 이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사이』라는 제목이 주는 인상은 결코 범상치 않다. 세 시간은 20년이라는 꽤 긴 시간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인 듯한 시간이면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의 주인공만큼이나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동시에 『위대한 개츠비』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닮은 듯 다른 쌍둥이 형제를 보는 기분도 느꼈다. 서로 겹치는 듯하면서도 다른 차원에 사는 인물들의 형상을 목격한 심정이랄까.
도널드와 낸시의 이야기가 생각지도 못한 결말로 치닫게 하는 반전의 열쇠를 발견하면서 놀람도 잠시, 남자 주인공의 기막힌 운명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데이지,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사이』의 도널드와 낸시 모두 작가 피츠제럴드의 인생 역정과 사랑, 갈등을 형상화한 페르소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져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아픈 것일까. 흔히 언급되는 대로 첫사랑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간직하는 게 가장 아름답게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야기 속 도널드 또한 상대의 선택에 따라 세 시간을 영원한 시간으로 바꿀 각오까지 하지만 결국 그는 혼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도 알고 있다. 자신이 세 시간 동안 한 행동에 대한 선택이 애당초 어리석었다는 걸. 어쩌면 시작부터 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시도에 대한 의문은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었다면 왜 시작했을까. 비행기를 갈아타고 이륙하면 다시 흐지부지 잊힐 경험이라는 걸 알았다면 말이다.
작가는 이에 대한 답을 독자에게 남겼을 것이다. 사랑에 대해, 첫사랑에 대한 남녀의 입장에 대해,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 각자 다른 근거와 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그 답에 대한 실마리는 첫 구절에서 이미 힌트를 주어졌는지도 모른다.
무모한 시도였다. 그러나 도널드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는 건강했고 심심했으며 지루한 의무가 끝났다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런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17쪽//『비행기 환승 세 시간 사이』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사이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출판북도슨트발매 202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