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네가 왔구나 4

(부제: 다시 갔지만)

by 애니마리아


아들, 네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자취방이 있는 먼 곳으로 이미 간 지가 한 달이 넘어가지만 함께 지냈던 마지막 며칠이 가끔 떠오른단다. 아마 네가 그리워서겠지.



하루는 이 어설픈 엄마와 함께 지내보겠다고 도서관에 가자고 했지. 집 근처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 갈지, 아니면 네가 태어난 도시로 갈지, 혹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다른 곳을 찾아갈지 나름 토론도 했었는데. 이런저런 장단점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대화였어.



급히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어 일정이 조금 틀어지는 바람에 집 근처 도서관에 가기로 했지만 엄마는 그 어떤 외국 여행을 가는 것보다 좋았단다. 어렸을 때 거의 반강제로 갔던 도서관을 네가 먼저 가자고 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서야. 몇 달 전 '공부는 엄마의 정체성'이라는 말을 할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지. 다른 평범한 엄마와는 좀 다른, 아니 기준에 따라서는 아주 많이 다른 엄마를 수용하고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엄마의 엄마, 네 외할머니 댁에 처음으로 네 차를 끌고 간 날, 기억하니. 갈 때와 도착해서 외할머니가 너무 기뻐하고 반가워하시던 모습, 함께 좋아하는 식당에 모시고 가서 밥을 먹었던 추억. 이 모든 게 엄마와 외할머니 모두에게 고맙고 기특한 에피소드가 되었단다.



돌아오는 길에 근처 스타필드에 가서 친구와도 잘하지 못했던 아이쇼핑도 하고, 그곳에 있는 영풍문고도 들러서 좋았어. 하지만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돌아오는 길에 난 사고였어. 기억나니? 아무리 중고 차였지만 구입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차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갑자기 멈추어 시동이 안 걸렸잖아. 다행히 이상 신호를 감지한 네가 사람이 덜 지나다니는 도로로 겨우 옮기긴 했지만 한낮에 낯선 도시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욱 공포스러웠지. 이차 사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침착하려 했지만 너도 얼마나 당황했겠니. 아빠와 통화하며 견인차를 부를 수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또 얼마나 불안하던지.



그날 처음 견인차를 타고 너의 소중한 차를 뒤에 매단 채 몇 시간을 들여 집에 오던 길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영업시간이 지나 해당 카센터 앞에 차를 대고 너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여행을 떠나야 했어. 정말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날이었어. 그날 이후로도 차를 고치고 인도받고 필요한 서류 작업을 하느라 며칠 더 고생하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도 다 추억이 되었구나. 마지막 날 요리를 못하는 엄마가 어설픈 솜씨로 초밥만 겨우 해주었는데도 맛있게 먹고 집을 나서는 너를 보며 고맙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얼마 전에는 갑자기 복통이 와서 아빠에게 전화한 일도 있었지. 먼 지방에 있어서 가보지도 못하고 전화로만 위로하고 혼자 병원에 가게 한 일이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 물론 너는 이제 성인이지만 아플 때, 죽이라도 만들어주지 못해서 안타깝더라고. 엄마가 걱정할까 봐 더 의연한 척 말했으리라 생각해. 네가 멀리 있으니 더욱 애틋한 감정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풍족한 삶을 주지 못해도, 더 성숙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도 네가 잘 자라주어서 고마워. 이제 조금씩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네가 좋아하는 10월, 생일이 있는 10월, 독도의 날이 있는 10월이 오겠지. 짧지만 시원하고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처럼 네가 내게 왔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그러니 아무리 흔한 말이라지만 오늘도 이 말을 건넨다. 아들, 사랑한다.



엄마, 마리아가


아들, 요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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