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시인의 희망 편지『너를 아끼며 살아라』

by 애니마리아


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 나태주는 1945년 충남 서천 출신이다. 공주사범학교 졸업 후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으며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했다. 특히 『풀꽃』이란 시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시집, 산문집, 시화집, 동화집, 국내 최초 향기 시집과 웹툰 만화 시집 등 200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했다. 최근에는 평론가이자 교수, 작가인 나민애 교수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세상의 어떤 값진 것으로도
너를 얻을 수는 없다
네가 가진 것을 아껴라
너의 결점과 너의 장점
너의 좌절과 너의 승리
너의 뜨거움과 그리움
너의 깨끗함을 아껴라


너를 아껴라/나태주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에는 소위 한 방이 있는 것 같다. 평범한 풀꽃을 통해 마음을 울리듯 읽는 이가 멈추고 가만히 음미하게 되는 시어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나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보다 '너도 그렇다'라는 마지막 행 때문에 감동받는 것처럼. <너를 아껴라>라는 시에서도 너의 소중함, 깨끗함, 뜨거움, 그리움 같은 예쁜 단어도 좋지만 '너의 결점과 좌절'까지 아끼라는 말에 더욱 떨린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산문과 시, 그의 어록, 생각 등이 에세이처럼 때로는 짧은 산문으로 꾸며져 있다. 여는 글에서 시인이 밝혔듯 상당수의 내용은 그가 방송과 유튜브 빛 인터뷰 등에서 한 말들이 정성스럽게 모아지고 편집되어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특별한 의미를 소개한 여는 글에서조차 거의 심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타인의 관심과 애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는 감사의 인사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나뉘어 그 아래에 주제에 맞는 글과 시, 시인의 경험과 생각이 따뜻한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세요

사랑은 매번 서투르고 짝사랑이며 늘 첫사랑입니다

인생의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

너를 말해주는 것들

마음속에 봄을 간직하면 반드시 봄이 찾아옵니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나로 시작해서 너로 넓어지는 삶이 되기를

희망이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소제목 자체만 보아도 주는 따뜻함과 서정, 희망의 메시지는 시각적으로 하나의 미술관을 거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매 장이 시작할 때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풍경화가 안내하듯 앞으로의 내용을 밝게 비춰준다. 모네는 <수련 연작>으로 유명하지만 <지베르니, 봄의 풍경>, <밀밭에서>, <앙티브의 아침>, <푸르빌의 절벽에서> 등 현실의 풍경을 빛과 물, 색이 환상적으로 조합되어 시인의 글을 더욱 빛내준다.



자신의 시뿐만 아니라 주제에 맞고 깊은 울림이 있다면 타인의 시를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감사, 여행, 시, 희망을 이야기하며 크고 작은 개인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설득력을 더한다.



풀꽃 시인이라는 별명답게 풀, 꽃과 같은 식물의 속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인생과 자연의 교집합을 들여다보고 깨달은 지혜를 아낌없이 펼쳐놓아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명상의 순간에 들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 가령 '춘화현상'이라는 소제목에서 잘 나타난다.



춘화현상(春化現象)은 가을에 심는 품종의 씨앗을 일정 기간 저온 상태로 두었다가 봄에 심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호주에 사는 교민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에서 개나리 가지를 가져가 심었지만 묘목만 자라고 꽃을 피우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개나리, 백합, 히아신스, 튤립, 수선화, 라일락 등 일부 꽃은 추운 겨울을 지내지 않으면 피지 않는다고 한다. 따뜻하다고 무조건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그 이치를 깨닫고 춘화현상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농부의 노력에서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 시인은 말한다.



'우리네 인생도 고난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눈부시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179쪽)



지금의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시인은 진심을 담아 한 구절, 한 구절에 담았다. 하나하나 거의 줄 치지 않은 장을 찾기 힘들 정도로 행복했던 독서 여정이었다. 시인의 유머에 웃고 웃으며 때로는 공감으로 때로는 반성으로 압축된 시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시와 책,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시인의 딸, 나민애 교수님이 부러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로 시작해서 너로 끝나는 책, 작은 나를 사랑하고 격려하고픈 독자에게 추천한다. 어른의 품격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나 또한 이 분처럼 현명하고 따뜻하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격려와 사랑의 세레나데이자 자상한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같은 보물을 지니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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