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은(떨림과 울림 3, 되짚어 보기)

by 애니마리아

1년에 한 번 모두가 달을 보는 날이 있다. 추석이다. 인공의 불빛이 거의 없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보다 밤이 더 밤 다웠다는 말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것은 달의 몫이었다.

p. 139~142'지구에서 본 우주, 달에서 본 우주/『떨림과 울림』 중에서


인공의 빛이 거의 없던 시절, 지금은 오지 산골이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밤하늘이다. 달은커녕 별조차 보기 힘든 세상이다. 인공의 빛은 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인류에게 편리함과 효율을 가져다주었지만 대신 우리는 우주 본연의 아름다움과는 이별해야 했다.



작가는 달의 전통적인 의미를 되짚어주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매일 변해가는'달은 밤의 지배자'였다고. 서양에서는 늑대 울음소리와 어울려 불길한 기운을 암시하는 대상이었고 동양에서는 태양과 더불어 음양의 조화를 나타냈다.



두려움이자, 축제의 대상이었던 달은 예술의 발전사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작가가 떠올린 음악,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이 궁금해 들어보니 역시 서정적이 멜로디가 귀에 익었다. 고전 클래식 대부분 그렇듯 알게 모르게 그 선율을 어디선가 들으며 자랐음을 깨닫는다. 작가의 말대로 '달은 감미로움'이기도 하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장세용의 <달에서의 하루>는 밝고 가벼우면서도 행복한 기운을 풍긴다. 무섭지도 수줍어하지도 않은 달의 또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아니 듣는 것 같다.



나는 달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음악을 말할 수 있나 생각해 본다. 오래전 <달의 몰락>을 부른 김현철의 노래를 떠올린다. 특히 반주가 시작하기도 전에 읊조리던 가수의 인트로가 좋았다.


달이 진다
달이 진다
달이 진다

…/'달의 몰락' 중에서



후렴구 같기도 하고 시어 같기도 하며 혼잣말 같기도 한 독백과 다소 과격한 느낌의 제목이 인상적이었던 제목이 매력인 노래.



달은 소원이기도 하다. 둥근달을 보며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달은 토끼가 사는 집이었다. 얼룩이 그림자처럼 스칠 때면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을 거라며 상상하곤 했던.

밤에만 볼 수 있지만 태양 없이는 절대 볼 수 없는 커다란 돌.

대형 진주 같은 보석 위성이지만 실제 민낯은 전혀 다르게 생긴.

매일 스스로 돌고 지구를 돌지만 같은 속도로 돌기에 늘 정지한 듯 보이는 달



그대에게 달은 어떻게 보일까

그대에게 달은 어떤 의미일까

그대는 달에서 어떤 음악을 들을까

그대는 달에게 어떤 말을 건넬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달을 지상계와 천상계의 사이 경계 물질로 보았고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이용해 최초로 달을 보았다. 작가님은 이 꼭지의 마무리에 물리학자의 과학이 아닌 철학적인 심상을 적었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140쪽)라고.


즉, 달을 보며 역지사지를 생각한 것이다.



조용히 쉬고 싶을 때 달에 가 보고 싶다. 작고 예민하지만 어린 왕자의 유일한 장미가 있는 별처럼 나만의 달을 만나고 싶다. 그곳에 있는 작은 분화구를 의자 삼아 지구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구의 형상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우주복 없이, 중력이나 호흡에 대한 걱정 없이 말이다. 아, 방사선 문제도 있구나. 상상이 과학 발전에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과학과 상상은 어울리기 힘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들의 우정(WHITE F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