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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야구 직관 후기-투혼의 경기

by 애니마리아


10월 둘째 주 고척 경기장에서 불꽃야구팀과 한일장신대의 경기가 있었다. 안드레아(남편) 덕분에 올해만 세 번째 직관 경기 참여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중간 정도 높이에 1루를 바라보는 자리 뒤쪽이어서 멀리서나마 상대 대학팀과 불꽃 파이터즈를 지켜볼 수 있었다. 공연이든 경기든 혹은 작은 강연이라도 시력이 안 좋은 나는 안경을 두 개 챙겨가야 했다. 근시용과 원시용 둘 다.



홈런왕이자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타났다. 우선 선수들의 평소와 다른 유니폼 색이 눈에 띄었다. 흔한 야구 유니폼에서 볼 수 있는 파란색과 흰색이 아니라 노란색이 후원사의 상징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선수들은 더욱 밝고 앙증맞은 에너지를 발산했고 360도 부싯돌즈 응원 관람객들을 동일한 색으로 물들였다. 물론 상대팀인 한일장신대의 가족 및 응원단도 있었지만 그들을 포함한 팬 대다수는 늘 선수들과 하나 되는 마음을 표현한다. 통일성과 벅찬 감동을 일으킨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된 것처럼.



선수들의 선발 명단과 배치 리스트가 떴다. 얼추 보아도 소위 '영건(young gun)'들의 모습이 안 보인다. 약 한 달 전 25년 드래프트에 불꽃 야구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박찬영을 비롯하여 최근에 유격수로 좋은 활약을 펼친 임상우, 포수 김민범, 투수 박준영 등 아름다운 방출은 올해도 이어졌다. 아마 더그아웃에는 문교원과 강동우만 있을 듯했다. 양 팀 인사 때는 유일한 외국인인 니퍼트 선수도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거의 한국인이나 마찬가지인 그의 성실한 태도와 순수한 미소가 그리운 순간이었다.



경기 자체는 무척 힘들었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고 후반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접전과 0 대 0의 불안한 스코어에 지친 것도 사실이다. 설사 진다고 해도 불꽃 파이터스에 대한 애정은 사그라들지 않겠지만, 이왕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에 아드레날린이 주는 희열은 특별하니까 말이다. 방송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경험상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두 달이 넘을 수도 있다. 지난번 직관 때는 아쉽게 패배했으니 이번에는 좋은 소식으로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더 이상은 스포니 자제하겠다).



이번 경기에도 이모저모 특이점은 보는 재미를 주었다. 경기장에 팬들에게 나누어준 굿즈는 응원 판 외에 파란색 스티커 3개가 있었다. 경기 중간에 핸드폰 플래시를 위한 특수 필름이었는데, 이를 통해 비친 불빛이 장관이었다. 밝은 노란색이 아닌 불꽃 파이터즈의 상징 색, 파란 불꽃이 흔들리며 빛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날의 애국가는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가수, '길구봉구'가 나와서 아름다운 울림으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한눈에 보아도 신인은 아니었는데, 깊은 발라드 음성의 하모니가 섞인 애국가가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불꽃 파이터즈 선수들은 프로 출신 은퇴선수가 대부분이라 이들의 실력도, 체력도 전성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의 무게를 지고 나오는 선수들도 많아 야구에 대한 열정과 태도는 승패에 상관없이 묵직한 감동과 공감을 준다. 아무리 고등학생, 대학생, 혹은 독립 야구단과 하더라도 스피드와 젊은 피와의 승부는 늘 버겁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며 남은 힘도 쥐어짜는 끈기와 선후배의 끈끈한 정, 배움과 존경은 팬들에게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인생 멘토가 되어준다.



투혼의 경기,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 함께 한 부싯돌즈 팬들, 나의 안드레아에게 감사한다. 인생 대부분은 지루하고 승리보다는 실패가 많은 것처럼 이 작은 행사와 노력, 매번 쓰는 드라마가 위로와 감동을 추는 경험이 되었다.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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