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키 부인은 이성을 잃은 듯 소리쳤다.
"문은 저쪽이에요. 나가요! 당신과 당신의 버릇없는 딸도 내 집에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말아요!
에디스는 딸의 손을 잡고 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다, 이 말을 듣고 멈춰 섰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29쪽/『아빠를 위한 베이비 파티』
베이비 파티가 열렸다. 세 살도 채 되지 않은 딸의 아빠, 존 앤드로스는 아내, 에디스의 전화를 받고 퇴근 후 베이비 파티가 열리는 친구 집으로 향한다. 무려 12명의 또래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이는 파티. 말이 '아기 파티'지 실제로는 서로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며 은근히 남의 아기와 비교하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앤드로스도 이런 상황에 정신없는 파티를 예상하며 '완전 난장판이겠는걸'(17쪽)이라며 중얼거린다. 아니나 다를까 파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도착한 그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당황하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데……. 과연 이 멈출 줄 모르는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이 벗어난 선로에서 다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끝없는 나락으로 계속 달릴 것인가.
이야기의 분위기를 말하기 다소 조심스럽지만 사실 제목에 복선이 어느 정도 암시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원제는 The Baby Party 지만 한 캐릭터와 이야기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 『아빠를 위한 베이비 파티』이라는 멋진 제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기 파티'였다면 일반적인 육아 이야기의 이미지가 풍겼을 수도 있으나 아빠라는 주체를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개성이 담긴 작품 소개가 되었다.
결론은 차치하고서라도 아기들의 파티는 어떤 계기로 번져 아빠들의 파티가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어떤 잔치판이 벌어졌을까. 읽기 전부터 읽는 도중에도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길은 커져가는 궁금증에 점점 속도가 빨라질지도 모른다. 읽기 전 최상숙 번역가님이 살짝 흘린 힌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파티는 평화로이 손 흔들며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두근두근 어디로, 얼마나 떨어질지 가슴 졸이며 이겨내야 하는 롤러코스터에 가깝다.
이 작품은 프란시스 스콧 키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1940)의 단편이다.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위대한 개츠비』(1925년)의 저자이기도 하다. 경제적 호황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1920년대의 재즈 시대와 경제 대공황(30년대) 시기를 경험했으며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예술혼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그는 젤다라는 소설가와 1920년 결혼했고 이듬해 딸,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921~1986 Frances Scott Fitzgerald 애칭 '스코티')를 낳았다. 작가가 이 단편을 쓴 때 역시 1925년으로 스코티는 당시 서너 살로 작품 속 아이와 비슷한 연령이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정황상 자신의 딸을 지켜보며 『아빠를 위한 베이비 파티』를 구상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빠, 엄마, 아이. 주체나 싸움의 주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무리 조심하고 준비해도 피할 수 없는 단계가 있을 테니. 아이를 양육하는 건 그만큼 어렵고 위대한 일이기에.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리는 상황을 전혀 겪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게 가능할까. 아무리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으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갈등 없는 육아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수 십 년, 아니 수천 년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은 그렇게 역사가 되었다.
아이와 아이로 시작해 엄마와 엄마의 전투가 되고 아빠와 아빠의 전쟁이 되었다. 잘잘못이나 성격을 두둔하기에 앞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이들 누구도 이런 일을 예상하기는커녕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결국 사건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다. 누구보다 귀한 자녀를 보며 그들은 자신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나의 자녀가 내게 가장 예쁘고 소중하듯 타인의 자녀 또한 그들에게 가장 멋지고 귀하다. 필자는 두 아빠의 마지막 행동을 보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아이를 통해 부모는 제2의 성장을 경험한다. 사춘기가 몸의 성장이라면 부모가 되는 순간 정신과 영혼의 성장을 이룬다.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으며 진정한 이해를 쌓아간다. 김종원 작가는 말했다. '성장은 안다는 것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한다고.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조절하고 다스리며 실천하는 역량까지 포함한다. 아빠 대 아빠로 그들은 서로를 이해했고 알게 되었으며 함께 성장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부모가 된다.
<아빠를 위한 베이비 파티>
F. 스콧 피츠제럴드 2025 북도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