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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Mar 15. 2024

식물의 마음으로


때로는 식물처럼 살아야 할 때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인간도 광합성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육식을 멈추고 채식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영혜처럼 냉장고의 고기를 모두 내버려야 한다는 것인가? 



  아직도 이 소설의 메시지가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내게는 그렇게 거창한 면을 다룰 깜냥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내게 적용해야 한다거나 그런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와는 다른 식물의 본성, 인간의 삶, 정확하게는 나의 생활 방식에 적용해야 할 변화이다. 



  식물을 먹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식물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최근 내가 처음 겪은 작은 사건 때문에 난생처음으로 식물의 마음으로, 식물처럼 사는 삶을 연습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으니까. 



  갑상선 약을 처방받기 위해 혈액검사를 한 다음 날이었다. 갑자기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____내과입니다. 혈액검사 결과 비타민 D 결핍으로 주사치료가 필요하오니 내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엥? 이게 무슨 일이지? 아니, 무슨 뜻이야? 비타민D? 가만 자주 듣던 말인데. 비타민 중요하지. 변비 때문에 요새 과일이랑 양배추, 당근 같은 채소도 자주 먹고 있는데. 아, 이런 건 비타민C가 더 많지. 가만있자, 비타민D라면 음식보다는 주로 햇빛을 받아야 생성되는 영양소라고 알고 있는데?'



  살다 보니 이런 문자를 받은 것도 처음이거니와 비타민D가 얼마나 부족하면 주사를 맞으라고 급한 문자가 올까도 싶었다. 하지만 경험상 나는 워낙 특이 체질이고 몇 가지 지병을 평생 달고 사는 사람이라 무시하기도 찝찝하여 결국 문자를 받은 다음날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가서 문의를 드렸다. 잠시 후, 주치의를 만났고 뭔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알아챈 의사 선생님이 내가 묻기도 전에 혈액검사지를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지를 말하자면 보통 수치가 30 이상이 정상인데 실내 생활을 주로 하거니와 외출이 드물어지는 겨울이라는 날씨 탓에 대개는 20에서 30 사이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약을 투여하기도 하나 10 이하인 경우는 심각한 상태라 병원 측에서 먼저 환자에게 연락해 치료를 권하는데 나는 이번에 수치가 8 정도만 나왔다는 것이다. 아, 또 낮은 수치! 더 이상 만성 질환은 필요 없는데 이제는 생각지도 못한 비타민D 수치가 나를 괴롭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서 병원에서 권하는 대로 일단 비타민 주사를 맞기로 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3개월에 한 번씩 최소 네 번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집에 와서 새삼스럽지만 비타민D에 대해 다시 검색했다. 음식에도 있긴 있지만 주 공급원은 역시 햇빛이었다. 날씨가 여전히 춥지만 최근 시간을 내여 산책을 늘리고 이동 중에도 되도록 걸어 다니는 노력을 하는 나는 여전히 낮은 수치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늘 햇볕을 가까이해야 하는 식물처럼 나도 햇볕을 좀 더 가까이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치의마저 이것의 딜레마를 언급하긴 했지만. 즉 요즘은 자외선 때문에 마냥 밖을 돌아다니라고만은 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되고 적당히 하라는 건데, 말이야 쉽지 균형을 잡기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얼마나 햇빛에 노출되어야 내게 적당한 비타민D가 형성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주치의도 그 부분을 강하게 권하지 못하고 3개월 후에 다시 주사를 투여할지, 약으로 바꿀지 고민하자고 했던 것이다. 



  문득 거실에 새로 사서 놓아둔 허브 식물 삼총사가 눈에 들어왔다. 물은 충분히 주고 있는데 자꾸만 시들어가는 식물들.'얘네들도 햇빛이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정말 식물을 잘 못 키우는 건가'별의별 생각을 하며 식물의 입장에서 식물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았다.


 


  식물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햇빛과 물이다. 물론 영양제도 있고 겨울에 얼어 죽지 않게 하려고 보온을 할 필요가 있는 식물도 있고 보호를 위해 여러 장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식물의 생존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최소한의 조건은 햇빛과 물이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식물은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잠깐 음지 식물은 어떠한가? 어두운 습지 같은 곳에서 자라는 이끼나 버섯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물도 간접적인 햇빛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지 일반적인 식물보다 극히 적은 양의 빛이 필요할 뿐. 



  인간에게도 빛은 중요하다. 감옥에서조차 창문이 있는 곳과 독방처럼 어둠만 있는 곳에서의 삶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 몸의 수치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향력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빛이 주는 희망, 빛을 좇아 움직이는 삶으로 좀 더 움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밖에서 생활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태양과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태양빛과의 새로운 밀당 기술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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