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나타샤는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일 뿐인 혈육을 이렇게 지칭한다. '그', 아니면 니콜라이라고. 어느 날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와 친구였다며 접근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파벨 골루베브. 그를 통해 나타샤는 30여 년 전 이야기를 듣는다. 나타샤와 함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된 기원을.
'니콜라이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과 천부적 능력을 지닌 위대한 존재라는 믿음 사이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중략)
어느 날 밤, 아버지에게 심한 매질을 당한 니콜라이는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는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변화를 알아챘다. 한쪽 귀 청력이 영원히 손상되었다는 사실을'
p.252~253/『 CITY OF NIGHT BIRDS 』
이 부분을 읽고 든 생각은 수긍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아, 그래서 니콜라이가 힘들었구나. 그래서 비겁한 행동을 하게 되었구나. 차가운 공포는 따뜻한 연민을 이기지 못하고 한 인간을 도망치게 만들었구나.'
그의 불행한 어린 시절을 알아가는 과정은 상투적이면서도 끔찍했고, 이해가 가면서도 동시에 답답했다. 불운한 환경에서 자란 한 인간이 선택한 나약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가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그에 대해 직접적인 원망이나 그리움을 표현하지 않는 나타샤의 관조적 태도가 오히려 더욱 냉정하게 보였다. 그녀에게 암암리에 영향을 끼쳤을 외로움이 안타까웠다.
니콜라이는 아무것도 아닌 자와 천부적 영웅이라는 극과 극의 감정과 달리 나타샤 삶은 반대였다. 발레리나 세계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었고 재능 있는 프리마돈나가 되었다. 최고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행복한 존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도망쳤고 그녀는 자신이 상처받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다시 한번 그 구절을 읽어 보았다. 폭력의 대물림까지는 아니지만 세대를 넘어 강요받은 상처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았다. 허구의 문학이 사실보다 더 현실적인 거울이 되어 독자에게 포효하는 것 같다. 조용히.
'Nilokai vacillated between believing that he was a nobody and that he was gifted and destined for greatness. (omitted)
One night, his father hit Nikolai so badly that he passed out. When he awakened, he discovered that the hearing in his right ear was permantently diminished.'(p.252~253)
City of Night Birds
김주혜2024Ecco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