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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Mar 26. 2024

서평:THE PUPPETS OF SPELHORST


TITLE:THE PUTTETS OF SPELHORST


AUTHOR: KATE DICAMILLO


ILLUSTRATED BY JULIE MORSTAD


PUBLISHER: WALKER BOOKS LTD


PUBLISHED in 2023



양장본의 책인데도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책, 다소 짙은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연상되는 푸른색에 나란히 앉아 있는 다섯 캐릭터의 눈이 독자를 응시한다. 검은색의 늑대를 제외하고는 하얀 얼굴에 커다란 눈, 그렇다고 유령 같지는 않은 캐릭터의 얼굴이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환하게 웃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찡그리거나 무섭게 쳐다보는 것도 아니다. 미소를 짓는 것 같으면서도 확실치 않은 애매한 표정이다. 들여다볼수록 내가 그들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쳐다보며 궁금해하는 것 같다. 서로 무슨 사연일까, 그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그들이 나를 더 신기해하며 묻고 싶은 듯한, 뭔가 기대하는 듯한 표정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애나 제임스 Anna James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기발하고 지혜로우며 사랑스러운 책'이라는 평 하나가 한쪽에 간단하게 올라와 있고 캐릭터 못지않게 커다란 제목이 금장식으로 화려하게 빛나 눈에 띈다. 거의 반을 차지하는 제목 THE PUTTETS OF SPELHORST '스펠호스트의 꼭두각시'라고? 읽기 전에 특히 낯설고 발음하기도 힘든 스펠호스트가 궁금했다. 지역명인가? 누군가의 이름인가? 가문의 이름일지도 몰라 등등 뭔가 중세스러운 느낌. 



표지를 충분히 감상하고 처음 몇 장을 넘기는 동안 목차는 따로 나와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목차가 없으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다 읽고 난 후 생각해 보니 독자에게 불필요한 힌트를 너무 많이 노출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대신 고전 동화에서 나올 법한 서문 혹은 짧은 인용구 같은 단락이 나온다. 



옛날에 왕이 있었어요.


늑대도 있었고요.


그리고 양치기용 지팡이를 든 소녀가 있었지요


화살과 활을 멘 소년도 있었고요.


아 참, 부엉이도 있었답니다.



왕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수염을 달고 있었고요.


늑대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죠.


소녀는 녹색 망토를 입고 있었고요.


화살통에 있는 소년의 화살은 자칫 손가락을 찔린 듯 날카로웠어요.


그런데 부엉이 날개는 진짜 깃털로 만든 것이었어요. 



그저 앞표지의 그림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설명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내용이어서 앞으로의 내용이 그리 기대되지 않을 정도였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어찌 보면 유아책에 나올 듯한 내용이란 기분이 들지 모르지만 어른이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학적 장치가 있다. 그래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페이지, 첫 장에 대한 기대는 버리지 않았다.



부정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첫 장을 읽고 '이건 뭐지?', 최근에 나온 책 맞나? 분명 누군가 추천을 해서 구입한 책 일 텐데 생각보다 흡입력이 없었다. 게다가 첫 장을 읽으면 어느 정도 책이 흥미롭거나 그저 평범할 것 같다거나 하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이번 책의 첫인상은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니었다. 그냥 황당했다. 



* 작품의 초반: 우선 Chapter One! 카페에 홀로 앉아 있는 노신사가 보인다. 창문이 바로 옆에 있고 바다가 보이며 돛단배가 지나가고 있으나 딱히 그 배를 쳐다보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바로 설명이 나온다. 그는 양복점 건물에 살고 있는 '스펠호스트'라는 이름의 선장으로 아내도, 아이도 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다. 화창한 어느 날 그는 거리로 산책을 나선다. 우연히 어느 상점에 전시된 여러 꼭두각시 중에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춘다. 소녀 인형을 보다가 그는 오래전 그가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사람을 떠올린다. 가게로 들어가 소녀만 사고 싶어 하나 가게 주인은 다른 인형들과 한 세트라며 소녀 인형 하나만 팔 수 없다고 거절한다. 할 수 없이 노신사는 꼭두각시 인형 모두를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하지만 소녀 인형을 제외하고 다른 꼭두각시 인형들은 침대 아래에 있는  큰 가방에 처박아 두고 오로지 소녀 인형의 눈만을 바라본다. 밤이 되었고 그는 잠자리에 들었지만 한참을 흐느끼다 잠이 드는 것으로 1장은 마무리된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고 노신사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2장이 시작되자마자 노신사는 죽어 있다. 이때 가장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제목이 스펠호스트인데. 이 꼭두각시 인형들과 노신사의 사연은 듣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버리다니. 



황망하다 못해 그나마 남아 있는 호기심마저 사라져 자칫하면 이 책을 저만치 치워버릴 뻔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본격적인 이들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였다. 이후로 이 꼭두각시들은 버려졌다가 우연히 한 남자가 가져가고 또 다른 남자에게 팔려나간다. 이후 그 남자의 두 조카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두 어린 소녀에게 안착한 꼭두각시 인형들이 이제는 쓸데없는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이 들 찰나 진짜 비극은 시작되고......



* 내용은 여기까지만 언급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말해버렸다. 200쪽이 안 되는 단편에 속하는 소설인데도 막상 리뷰를 하다 보니 너무 많은 장치와 미스터리, 작가가 숨겨 놓은 비밀이 속속들이 생각난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수다를 떤 기분이다. 



좀 더 예리한 독자는 상당 부분 알아차린 복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럴 것이다'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있고 처음에 내가 느낀 실망감이나 섣부른 판단이 완전히 오해였고 편견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 읽고 난 다음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그것이 이 이야기의 힘이자 매력이고 주된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 작품처럼 디카밀로 특유의 몽환적인 판타지의 요소가 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모험과 율리시스적 귀향의 요소가 있고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의 판타지적 요소가 있다. 그런가 하면 <생쥐 기사 데스페로>에 나오는 기발함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느낄 만한 충격적인 장면도 있으며 <내 친구 윈딕시>에서 체험할 수 있는 미소와 따뜻한 감성이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노신사 스펠호스트가 죽기 전에 왜 그토록 슬피 울었으며 소녀에게 집착을 보였는지 알 수 있기에, 가슴 먹먹한 아픈 사랑의 감정도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을 깊게 읽다 보면 또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는데 그것을 일부러 의도하고 읽지는 않았지만 디카밀로의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의 이 작품이 왜 추천 목록에 있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너희들이 크고 넓은 세상 밖에서 여행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어디를 가든 후회 없는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노라. 가장 위대한 영광은 바로 그곳에 있으리니! p.141


" May you journey out into the great, wide world. And wherever you go, may you loe without regret-for that is the greatest glory ther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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