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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진 Sep 24. 2022

귀가 본능


내로남불. 정말 싫어하는 태도 중 하나다.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내가 먼저 그렇게 행동해야지. 내가 하지 않고서 상대방에게만 요구하고 원하는 짓은 정말,,, 헤어져 그냥. (불끈)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술 마시는 자리에만 가면 꼭 한 명씩 ‘첫차 각’을 외치는 사람이 나였다. 아침 7시-8시 귀가는 기본이었고 체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지치지도 않아요. 이런 내가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 성격을 고쳤으려나. 


정말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오빠는 제 시간만 되면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이다. 오빠와 반대인 나는 새벽은 물론이고 밖에서 밤새고 놀기도 했는데 단 한 번도 그만 놀라고 하거나, 빨리 집 들어오라 하거나, 눈치 주지 않았다. 오빠가 올 수 있는 상황이면 먼 곳에서도 내가 있는 곳까지 마중 와서 같이 있거나 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거나. 다음 날 출근이면 재밌게 놀라고 이야기하고 편히 잠드는 오빠다. 


만약 나를 기다린다고 집에서 밤새고 전화 계속하고 그랬다면 엄청 싸웠을 텐데. 내가 생각해도 단점인 이 노는 것을 오빠는 다 이해해줘서 너무 좋다. 또 오빠가 반대로 친구랑 늦게 까지 노는 날이면 나 또한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놀라고 말한다. 단 거의 1년에 1-2번 있다. 나와 반대인 오빠의 빠른 귀가 본능이 있었기 때문에 싸우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빠가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게 너무 감사하고 또 한편 혼자 두는 게 미안해서 나의 이런 노는 문화? 습관도 점점 변해갔다. 정말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면 늦게까지 놀지 않고 막차 끊기기 전에 꼭 들어간다. 

또 오빠가 오전 근무라 일찍 마치는 날에는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오빠랑 보내려 하고, 단체 모임이 있을 때는 최대한 오빠가 늦게 마치는 날에 투표를 한다. 


오빠는 내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정말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인 걸까, 착하기만 한 사람일까. 아마도 전자일 테다. 오빠의 변함없는 태도, 또 항상 거절할 건 거절할 줄 아는 소신 있는 남편이자 집이 일찍 들어오는 가정적인 남자라서 나도 가정적인 아내로 변해가는 거 같다. 오빠가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는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서 참 좋다. 


오늘도 오빠의 빠른 귀가 매력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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