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불안'을 먼저 이겨내야 한다.

며칠 전,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친구를 만났다.

우리가 만난 날은 친구가 퇴사를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날이었다.




우린 비슷한 시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8년여 시간을 그 친구는 진득하니 한 길만 걸어왔고,
나는 이 길을 걷다 저 길을 걸으면서도 또 다른 길을 꿈꿨다.
   
그동안 그녀는 한자리에서 지위가 점점 높아졌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점점 넓어졌다.
     
나는 친구가 당장 돈 걱정, 커리어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는 한두 달의 쉼이
그녀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런 내 바람과는 달리, 그녀는 매우 초조해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 있긴 한데 그곳에서 나를 불러줄 거란 확신이 없어.
반면 지금 당장 적당한 곳에 이력서를 쓰면 불러줄 곳들은 많은데
그 일은 내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고...


이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권했다.
꼭 하고 싶은 일에만 이력서를 내고, 그 일에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스스로의 역량은 어느정도 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 외의 시간은 친구가 평소 하고 싶다고 말했던 스쿼시와 홈베이킹도 해보라고.

한 길로만 8년을 달렸으니,
분명 두세 달 갓길을 걷는 것은 휴식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거라 믿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오늘,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결국 눈높이를 낮춰 바로 이력서를 썼고 면접에도 합격해 내일 출근하기로 했다고.
“두세 달 준비했다가 하고 싶은 일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했어. 근데 늘 하던 비슷핫 일에 이렇게 덜컥 합격하고 보니, 그냥 네 말대로 좀 더 쉬면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한번 준비할 걸 그랬나 싶다”
     
뭐라고? 이제 와서...!


그녀는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안전을 택했다.
그 결과 하고 싶다던 일은 가슴에 묻어둔 채 ,
또다시 늘 하던 일과 비슷한 자리로 돌아갔다.



최근 누군가 내게 부럽다는듯 말했다.
“글도 쓰고, 책도 썼고, 프리랜서 성우로도 일하고. 좋아하는 일을 다 하고 사니 얼마나 좋아. 능력도 좋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나 역시 ‘불안’하다.  이제 겨우 책 한 권 출간했고, 글 쓰고 내레이션 녹음 몇 건하는 정도로는 아직벌이가 만족스럽진 않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 번의 입사와 퇴사를 거치며 하고 싶은 일들에 뛰어든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안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불안을 잘 다스리면 더 큰 추진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알게된 것 같다.
   
안전만 선택하는 인생은 무난하긴 하지만, 좀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살다가 언젠가 한 번쯤은 불안을 선택하는 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영화 '씽(SING)'


두려움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


오디션에 참가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씽(SING)'에 나온 대사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코끼리 소녀 ‘미나’는 잔뜩 수줍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극심한 무대 공포증 때문에 오디션 참가를 포기하고 무대 스태프로 일한다. 그러면서도 노래와 춤 연습을 하는 다른 참가자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런 그녀를 보고 영화의 주인공은 말한다. 두려움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즐거울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질 게 아니라, 불안감을 이겨낼 각오부터 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러면 각자 전환의 시점을 결정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좋은 결과가 있기까지 뚝심있게 기다리고 인내할 용기와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친구가 또다시 같은 고민을 안고 나를 찾는 날.
그땐, 그녀도 이제 '안전'만 택할 게 아니라 '불안'을 이겨낼 때가 된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이미 꽃길을 걷는 중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