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 Christina @ wocintechchat.com
1. 회고에 주절주절 적었던 내용을 팀장이 오늘 업무 회의 시간에 집어넣었더라.
2개 칸에 나눠 썼는데 1개를 없애버리면서 누군가를 저격한 꼴이 된 느낌이다. 팀장에게 '누군가'를 잘 지켜봐 달란 의도로 작성했는데 말이다.
그 '누군가'가 기분만 나빠하면 안 될 텐데 말이다.
2. 아마 그 '누군가'는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난 나름대로 정확하게 물어봤다고 생각하는데, 왜 빙빙 돌려가며 확인을 안 해주는 걸까. 심지어 단톡방에서 말이다.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날 무시하는 건가 싶다. 그럼 나도 똑같이 감정 쓰지 않고 사무적으로 대하겠다.
하지만 난 감정의 동물인걸.
3. 지난주 금요일에 터졌던 이벤트 디자인 이슈, 오늘 마저 수정하려고 하니 담당 팀원이 연차였다.
달력에 써두고 잊고 있었다. 금요일에 이슈 수습하면서 오늘 못 한 거는 월요일에 하자고 했는데, 월요일 연차였구나. 그래서 담당 팀원 대신 디자인을 확인했다.
솔직히 아직까진 남이 한 것 피드백해 주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정확하고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 차분히 체크할 수 있는데 뭔가 남을 피드백해 주면 허점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아직까지 피드백을 해주는 좋은 '장(長)'은 못 되는 것 같다.
4. 온라인 발주 취합 프로그램 이용 기한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출품의서를 작성해야 했다. 22년도 1월에 2년 치를 결제해서 30% 할인을 받았다. 한 번 더 2년 치를 해도 되는지 잠시 고민해 본다. 주문 건이 떨어지진 않겠지? 몇 백만 원의 큰 금액이다 보니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않고 무통장입금으로 결제하기로 한다.
100만 원이 넘어가는 지출품의서를 작성할 때는 기안서를 작성하여 지출품의서와 함께 모두 대표까지 결재를 받아야 한다. 기안서를 작성하려고 하니 시간이 늘어진다. 이전에 작성한 게 없어 새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른 할 일이 많아서 작성하지 못했다. 10일 안에 결제해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업무가 월요일부터 끼어들었다.
5. 좀 더 체계적인, 효율적인 스케줄 프로그램을 쓰고 싶다.
우리 팀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케줄러는 구글 시트로 만들어져 있다. 3년 넘게 쓰고 있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고 아주 직관적이기 때문에 복잡한 기능도 없고, 확인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만큼 기능은 아무것도 없다. 매월 반복, 매년 반복과 같은 기능이 없기 때문에 루틴 업무를 매번 새로 작성하거나 담당자 각자가 기억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별 스케줄러나 캘린더를 쓰자니 기록을 따로따로 하는 게 비효율적이라 그만뒀다.
그런 부분들이 계속 아쉬웠다. 하지만 팀장이 바꿀맘이 없다면 그저 한낱 의견일 뿐이다. 그리고 구글시트만큼 쉬운 것도 없다. 딱히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툴이다. 무엇보다 무료다.
지난 주말에 업무 스케줄 관련한 프로그램을 찾아보다 어떤 사이트에서 무료 체험 신청을 했다. 예전에 해외 스케줄 관련 툴도 있길래 써보려 했는데 처음 해보는 나에게 기능이 너무 많아 복잡했다. 처음 쓰는 사람들은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때 그 툴은 좀 비싸고 대신 국내 저렴한 툴을 스치듯 봤었는데 그때는 딱히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다 지난 주말 국내 툴이 다시 눈에 띈 것이다. 일요일에 신청했더니 무료 체험 신청은 승인이 되어야 되어야 한단다. 언제쯤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월요일 오후 5시 반이 넘어서야 답이 왔다. 그럼 오늘부터 시작인 건가. 로그인 순간부터일까 하는 혹시나 기대에 오늘 들어가 보진 않았다.
6. cs가 하나 터졌다. 전화를 당겨 받았는데 클레임 전화였던 것이다.
어떤 내용인지 내가 몰라하니 고객은 내용 전달이 안 됐냐고 화를 낸다.
한 팀원이 나에게 다가와 메신저를 확인해 달라고 한다. 공장에서 받은 CS건인데 우리 보고 처리하라고 넘겼다는 것이다. 그걸 CS 팀원이 넘겨받아 전화를 했는데 고객이 전화를 안 받았고, 고객이 다시 전화했을 때 담당 팀원이 자리를 비워서 내가 당겨 받은 것이다.
들어보니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머리카락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붙어서 오일로도, 컨디셔너로도 머리 붙이는 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제품이라면 절대 딱딱하게 굳었을 리 없다.
물로 씻어 봤는지, 샴푸로 해봤는지 물으니 그럴만한 게 아니란다. 환불해주고, 보상도 해주라고 하길래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물었더니 "알 거 아니에요"란다.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면 환불은 당연히 해주는데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고객은 얘기하지 않았다.
제품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우리 제조품이 아닌 외주 제조품이다. 빨리 회수해서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이걸 확인하려니 클레임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놈의 서류 작업, 아주 징그럽다.
7. 3명 면접 연달아 봤더니 아주아주 기운이 딸린다.
2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3명의 지원자를 만났다.
내가 만약 면접을 보게 되는 날이 있다면 최대한 오전으로 잡겠다. 이렇게 연달아 면접이 있으니 맨 처음에 면접을 진행한 사람과의 면접이 집중도가 가장 높더라.
오늘 3명의 면접자 중에 1명은 괜찮았다. 팀장은 2차 최종면접을 이 사람에게만 통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집중도가 가장 떨어졌던, 심지어 CS전화를 받은 후 심란한 마음으로 들어간 면접자리의 지원자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이 사람을 뽑진 않을 거다. 그냥 인상 깊었다는 것이다.
면접을 볼 때는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우리 면접 질문은 굉장히 단순하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상대를 최대한 알아보기 위해 내는 질문일 뿐, 압박면접은 아니다. (아마도.)
다양한 면접 질문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전에 했던 활동 또는 업무에 대한 질문, 취미생활, 성격의 장단점 등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이전에 일을 했다면 퇴사 사유, 이직 사유는 기본적으로 물어보고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등도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들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상대를 자세히 알기 위함이다. 1시간도 되지 않는 면접 시간에 우리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서로가 편하다.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는 이유는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힘들다고 느끼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가장 기뻤던 일이 무엇이냐고 면접관이 묻는다면, 어떤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즐겁게 일을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모든 질문은 우리 회사와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오늘 마지막 면접자는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라고 답을 했고, 가장 기뻤던 일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인센티브를 받았을 때라고 했다. 참 솔직한 대답이었고, 우리는 이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추가 질문할 기회는 얻지 못했다.
또 다른 답변에서는 충격적이었는데. 어떤 질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후배가 실수를 하면 한 번은 잘 가르치지만 그 다음번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신입이면 한번 알려준다고 해서 바로 습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정말 딱 한 번만 가르쳐 주는지 다시 한번 물었는데 피드백을 해주지 않고 자기가 그냥 수정을 한다던가 고친다든가 한다는 것이다. 팀, 이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다시 면접자에게 물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신입일 텐데 선임인 제가 한번 알려주고 다음부터 알려주지 않으면 그건 괜찮은가요?" 면접자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바꿔 생각하니 아닌 거 같기도 한데 지금까지 3년 동안 일하면서 자기는 이렇게 해왔고 동료들로부터, 후배들로부터 연락한 '그때 너무 무섭게 그러셨어요.'라고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어요."라는 대답을 하였다.
이 면접자의 경우, 적극적인 모습과 열정면에서 아주 높이 평가하였지만, 앞에 나열한, 싸한 부분과 말이 통하지 않는 기본적인 부분이 마이너스 요소가 되어 2차 면접은 부르지 않기로 했다.
회사마다 팀마다 사람마다 모두 사람을 뽑는 기준은 아주 다를 수 있을 텐데 말이 통하냐 안 통하냐에서는 같은 의견이지 않을까. 싶다.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은 회사나 팀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고 자리에 앉았을 때 지난주 팀장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3명 지원자가 오늘 참석했고, 그중 1명을 2차 면접에 부른다.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