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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범 Feb 06. 2024

수요일 아니고 화요일이네?

이번주는 시간 진짜 안 간다

인스타그램 @unnie.and.cat








1. 아침 10시에 배차되도록 1톤 트럭 퀵을 불렀다.


본사에서 폐기할 관리품들이 한가득이라 트럭을 불렀다. 9시부터 할까 하다가 팀원들의 도움이 필요해서 밍기적댔는데, 9시 반쯤에 기사님이 도착하셨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후다닥 후다닥 옮기기 시작했고, 마치니까 10시더라. 그때부터는 해야 10시 출발이 되는구나~





2. 그다음 본사-공장 화상회의가 있었다.


오늘 우리 부서는 주제가 없었지만, 다른 부서의 진행 사업도 듣고, 얼굴도 보며 정도 쌓을 겸 참석한다. 화상회의라 정이 쌓이는 건 솔직히 없다만.


미리 가서 앉아있고 회의하고 돌아와서 우리 부서와 관련된 사항들을 팀원들에게 공지하는 데까지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간략하고 평화로운 회의였다.




3. 어제저녁 6시 이후에 받은 거래처 마감장을 확인한다.


유관부서들이 있으니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언제 되냐고 질문받는 것도 싫어서 혼자 조급하게 일을 해본다.


마감장 내용을 보니 재고가 안 맞는다. 업체에서 보내준 전월 마감장에 재고가 틀렸는데 그걸 확인을 못했네.


재고 확인해 달라고 업체에 메일도 보내고 문자로 오늘 오전까지 달라고 남겨둔다. 근데 오전이 지나고 밥을 먹고 왔는데도 답이 없다. 전화를 하니 전화도 안 받는다. 튄 거 아닌지 걱정되지만, 설마... 부재중을 남기고 마감 때문에 전화한 거라고 문자를 남겨둔다.


시간이 좀 지나서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았는데... 업체 태도가 싸가지가 없다. 이제 계약 끝났다 이건가? 이렇게 태도를 그지같이 할 수가 있나.


이젠 그쪽이 갑이다. 우리 쪽에서 제품은 다 보냈고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거기 어디서 장사하는지 다 아는데. 매장으로 전화 걸어서 괴롭혀버릴까 보다.


상황 설명을 하고 오늘까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바쁘다며 아주 난리다. 이 일은 자기 일이 아닌가?


그렇게 끊고 나서 얼마 후에 또 전화가 온다. 전화로 설명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단 얘기다. 그래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이거 값이 딱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 거기 거기 계산해 보세요." 이러고 있다. 시간이 한참 걸리니 메일로 파일을 보내겠단다.


그렇게 확인한 메일을 보는데 이게 뭔 계산법인가. 이 사람 수에 말려들다가 다시 빠져나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메일로 보낸다. 그리고 또 문자를 남겨서 확인해 달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기에 수신확인을 하니 바로 확인은 했더라. 그래서 또 문자를 남겨 빠르게 확인해 달라고 남겼다. 아니 무슨 신입사원 애기도 아니고. 지난번 통화 때는 본인이 몇 년을 일했다고 뭐라 뭐라 했으면서 이것밖에 못하는지 원.


빨리 손절하고 싶다.




4. 촬영 레퍼런스 정리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가.


해본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 기준이 잘 안 선다.


정리만 체감상 몇십 분이다. 또는 2시간일 수도. 레퍼런스 추가로 넣고 끝. 레퍼런스가 없는 컷들은 안 찍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상상이 안된다.


같이 하고 있는 팀원들에게 확신이 안 서는 부분들을 공유하자니 그들도 구체적인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최종의 최종의 최종을 만들자고 다짐한다.




5. 설 공지사항을 다시 확인하는데 내용이 틀리다.


스마트스토어에는 채널톡 기능이 없는데 채널톡으로 문의 달라고 기재되어 있다.


담당했던 팀원에게 설명을 했다. 분명 업무 요청할 때 얘기했던 건데 흠.


또다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충분히, 이전 진행했던 자료와 게시물까지 공유를 했었는데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줬어야 하나 싶다.


"이곳에는 이 내용으로 올리고요. 이 브랜드는 이 내용을 추가해 주시고요."라고까지 했어야 한다는 것이지? 팀원에게도 더 확실한 가이드를 주겠다고 얘기했다. 




6. 공장장이 다음 주 입사할 우리 신규 팀원에 대해서 묻는다.



어떻게 알았지? 어디서 볼 수 있는 거야 대체. 비상연락망이 업데이트 됐다는데 나는 아직 못 받았는데?


대리로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주임이란다. 뭐지. 주임으로 들어오는 거면 눈을 많이 낮춰서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7년 차 경력인데.


무튼 사람을 '추가'했다고 하면 공장에서 맡고 있는 일을 넘길 것 같아서 출산/육아휴직으로 2월에 나가는 팀원 자리로 뽑았다고 말했다. 사실이기도 하고.


뭐가 궁금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업무 분장을 공유해 달라고 한다. 최근 6개월 동안 사람 3명 뽑으면서 업무 분장 공유해 달라는 요청은 처음 받는다.


그래서 연차 중인 팀장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팀장은 지금 공장에서 사람 1명 나가고, 임신해서 곧 휴직할 사람이 있어서 업무를 미루려고 하는 것 같단다. 그러면서 "대리님인데요 ㅡㅡ..."란다. 새로운 사람이 주임이 아니라 대리직급이라는 것이다.


어? 근데 내가 그 얘기를 했었나? 대화창을 위로 올려 확인해 보니, 공장장이 내게 보낸 대화를 캡처해서 보내긴 했는데 그 안에 지칭하는 '주임님'은 나다.


내가 뭔가 헷갈리나 하고 넘어갔는데, 글을 쓰는 지금 우리 회사 메신저의 특징을 다시 떠올렸다. 관리자는 모든 대화 내용을 확인, 즉 감시할 수 있다. 검색해 보니 그런 기능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예시는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들은 이 기능을 공개적으로 어필할 필요는 없겠지. 메신저를 쓸 때 조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무튼 팀장이 헷갈렸나 해서 "여기서 '주임'주임님은 전데요 ㅋㅋㅋㅋ"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팀장은 그것도 띠꺼워한다. 내가 기억하기에도 공장장이 나를 부를 때 파트장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올해부터인가 주임으로 부른다. '난 과장이고, 넌 주임이야.'를 어필하고 싶은 건가. 뭐 직급이 있는 회사고 회사는 또 그 직급 체계를 잘 따르라고 하니 깨갱이다.




7. 튜브 부자재 생산이 들어가야 하는데 디자인 파일이 문제 있다며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깐 그지 같은 업체랑 통화하고 있는 사이, 다른 부서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 팀원들이 아무도 뭔 내용인지 몰랐다더라. 그러니까 전화를 받은 부장이 왜 아무도 모르냐면서~. "디자인을 누가 했냐고 물으신다면 외주가 했으니 당연히 모르고, 발주한 것은 자재팀이니 또 모를 수 있죠~." 하며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물음자체가 너무 모호했으니까. 


디자인 파일이 잘못됐다고만 하니, 일러스트가 깔린 디자이너 자리로 가서 같이 통화해 보기로 했다. 폰트가 안 깨져 있거나 이런 건 줄 알았는데, 업체에서는 디자인 파일 내 사이즈가 잘못되어 있다고 파일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필 부자재 컨택 담당했던 팀원이 오늘 휴가다. 이런. 그래서 부자재 발주를 한 자재팀에 부자재 사양관련하여 아는 게 있을지 물어보니, 우리 팀원이 소통했단다.


이번엔 내가 다시 업체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한다. 내가 알기론 지금 쓰고 있는, 다른 업체에서 생산했던 사양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내용을 얘기하니 그제야 갖고 있는 샘플을 보내주면 만들어줄 수 있단다. 괜히 우리 팀원이 잘못한 줄 알고 오해했잖니.


그렇게 또 시간을 쓰고, 샘플 튜브를 보낸다고 택배 작업을 하는데 지난달과 달라진 택배 발송 회계처리에 관련부서에 또 소통을 하고. 우리 팀에서는 바뀐 업무 프로세스를 내가 처음 하는 거라 팀원들에게도 또 공유를 해준다. 이게 정말 효율적이라서 바꾼 거겠지?




8. 오늘부터 설 프로모션 시작이다.


주말부터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어제 월요일이라 그런지 잠깐 좋았다. 하지만 월 목표를 달성하기엔 아직 멀었다. 


오늘 설 프로모션이 오픈하는 날이라 담당팀원이 또 열심히 세팅 중이다. 나는 세팅 잘했는지를 확인한다. 이벤트 세팅은 잘 되었는데, 마지막 푸시 테스트한다고 보낸 것 확인하다가 클로징패널 이미지에 오타를 발견했다. 이거 이거 없애달라고 했던 건데, 오타도 있고, 주석은 굳이 작은 배너에 필요 없다고 삭제해 달라고 했는데 디자인 작업이 되어 있었다. 


피드백해 주니 그때 내가 얘기했던 건 다음 주에 오픈하는 이벤트였고, 이번것은 놓쳤다는 것이다. 아쉽다 위수어. 아직 멀티가 안 되는 팀원이다. 이번달이 지나면 6개월을 채우는데, 신입은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겠지?


가끔 '팀장은 왜 일을 안 할까?' 생각했는데, 팀장은 일보단 이렇게 체크해 주고 멀리 봐주고 아이디어 내주고, 으쌰으쌰 기운 넣어주고, 압박도 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같다. 그게 팀장이고, 나는 파트장인데 왜 나는 실무도 하면서 이걸 다 봐줘야 하는 건가. 


우리 아빠는 대표가 아니고 뭐 했는가 지금까지.


아니다, 내가 성공해야지. 내가 갑이 돼야지.




9. 오늘 점심시간엔 새로운 점심메이트가 함께했다.

디자인파트의 팀원은 2명인데, 마케팅파트와 자리가 분리되어 있어서 보통은 디자인파트끼리 밥을 먹는다. 근데 한 팀원이 이번주 내내 휴가라서 남은 팀원이 혼자 밥을 먹게 됐다. 원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가끔 혼자 먹는 것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길게 쓰는 일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먹을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았었다.


근데 월요일인 어제 문득 혼자 먹고 있는 디자인 팀원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짜고짜 자리에 가서 "다른 팀원 안 계시는 동안 점심 같이 드실래요?" 했더니 흔쾌히 "네!" 하더라. 


그랬는데... 그랬는데 ㅋㅋㅋㅋ


오늘,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디자인팀원이 내게 메시지를 한다. "파트장님이랑 A주임님이랑 저랑 셋이 먹는 건가요~~??"


나가서 먹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가끔 한 팀원이 안 먹기도 해서 "아마도요? B주임님도 드실 수도 있고요 ㅋㅋ"라고 대답했다.


근데 묻는 느낌이 '혹시?'스러워서 "마음의 준비하시나요?ㅋㅋㅋㅋ"를 보냈더니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한 디자인 팀원 덕분에 점심 전부터 웃고, 먹으러 나가서 A주임에게 이 에피소드를 얘기하면서도 배 땡기게 웃었다. 결국 점심시간은 실컷 수다 떨면서 행복하게 마무리.


그나마 즐겁게 점심시간에 생각 없는 수다를 떨 수 있는 팀원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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