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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과 아나운서 Jan 25. 2021

없다

카톡 에세이 3 <feat. 이용락 친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꿈.

그런 삶의 철학으로 인생이란 허허벌판을 내달리면

오죽 허허로울까. 

열반에 도달키 위해 도를 닦는 스님이 아니라면.

(무소유의 [故] 법정 스님처럼)


더구나 갖가지 욕망의 분출구인 이 시대에

그런 이가?


그런데 있다!

그것도 '벗'이란 존재로 에.


스스로를 그저 '한량'이라 비하하기도 하며,

허허실실 하회탈같이 웃는 친구.


그와 나는 이따금 술잔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단편의 글도 교류하는 독특한(?) 사이다.


낙엽 더미 위에 가을 햇살 뚝뚝 떨어지던 날이었던가.

녹슨 철길 위를 구르는 잎새마냥  '그의 없다'가

카톡 선로를 따라 굴러왔다.


"              

               

세월 앞에 장사 없다

그렇다고 죽을 일 없다

두고 볼 일도 없다

살아 보니 어이가 없다

그렇게 사는 대로 없이 살았다

너 만나고 후회한 적 없다

너 밖에 없다."


마음 한가운데로 쿵!

갑자기 굴러 들어온 잎새 하나의 파장.

그의 '찡한 이야기'가 세월에 빛바랜 엽서같이 내게로 왔다.


"<없다는 것>의 '가득 차오르는' 이 느낌은 무얼까?!"


산다는 것에 번뇌 없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일찌감치 욕심의 불을 끄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블루'로 꽤 오랫동안 대면 못한 그와 해후하는 날,

술잔 가득 별빛도 달빛도 넘쳐흐르게 한 잔 따라 주리라.



*[덧]

카톡 메시지 공개는, 이용락 님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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