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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Apr 18. 2021

"엄마, 먼저 잘래?"

뇌를 쉽게 끄지 못해 잠을 못 자는 아이

우리 아이, 까다로운 아이일까? 혹은 요구가 많은 아이일까? 고민하는 것 중 가장 큰 요소가 잠이다.


신생아 시기에 잠에 들기 위해 울기도 하고, 아이 재우는 게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영아기가 지나고 유아기가 되어서도 부모에게 아이에 잠이 큰 과제라면 그 원인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 아이 역시 태어나 지금까지도 잠이 쉽지 않았다. 통잠 자는 것도 두 돌이 지나서였고, 5살인 지금도 자다가 일어날 때가 있다. 뒤집기 시작할 때는 자면서도 뒤집으려고 애를 쓰며 울었다. 걷고 뛰면서는 다리가 아파서 자주 울었고, 이가 날 때도, 온습도가 조금 맞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아도 자다가 자주 깨고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많다.


자는 과정과 일어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어떻게든 잠을 미루고 미뤄 잔다. 일찍 재우려고 불을 끄고 먼저 누워도 어둠 속에서 혼자 한두 시간씩 놀다가 자는 아이다. 아이 스스로 누워서 자려고 애를 써봐도 잠이 안 드는지 한 시간을 넘게 침대에서 파닥거린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결국 자는 시간은 늦다.  

 

자다가 일어나는 과정도 쉽지 않다. 깨어난다는 과정 자체가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언니, 자고 일어나서 우는 애가 있데" 했는데 "우리 애가 그런데..." 했다. 푹 자고 일어나도 침대에서 뒹굴 뒹굴 깨어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엄마도 필요하다. 일어나서도 엄마가 옆에서 10-30분 정도는 옆에서 만져주고 이야기도 해줘야 한다.


잠을 자다가 전환되는 건 더 힘들다. 자리 이동을 하다가 깨기도 쉽고, 자리 이동을 한 후 일어나면 장소가 바뀌었다고 울 때도 있었다. 특히, 차에서 자다가 깨면 고통스러움에 소리를 지르며 오랜 시간 동안 운다.


여름이면 해가 길어져서인지 아이에 에너지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낮에 활동을 다양하게 해봐도 여름 밤에는 잠드는게 더 힘들다.



낮 동안 활동을 많이 하면 일찍 잘까 해서 다양한 활동도 해보고, 수면 관련 책도 읽고, 강연도 찾아보고 유명한 분에 조언을 듣고 따라 해 봐도 상관이 없다. 오히려 자극을 많이 받은 날은 흥분 상태가 되어 더욱더 잠을 못 잤고, 아이와 실랑이를 하느라 더 피곤할 뿐이었다.


지속적으로 일찍 깨우면 일찍 자겠지 해서 한두 시간 당겨서 깨워도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잠 오는 것을 이기고 자는 시간에 잔다.  


낮잠도 마찬가지다. 24개월부터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자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낮잠을 못 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눕자마자 잘 잔다고 한다.


아이는 어린이집이 재미있을 때는 낮잠을 안자도 그 시간이 힘들지 않지만 어린이집이 재미없거나 가기 싫은 시기에는 낮잠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다. "엄마, 낮잠 시간이 싫어" 하면서 어린이집을 가지 않으려고 했다.


어린이집에 너무 가기 싫어하는 날은 오전만 갔다가 엄마랑 데이트하기도 하고, 하원 후 자기가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서 스트레스 풀 수 있도록 하며 보완해왔다.


여름이면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에너지가 늘어나서 그런지 더더욱 잠드는 게 힘들다. 잠이 오지 않아 아이 스스로도 힘들어하고 자는 시간이 더 늦어질 때도 있다.


기질 관련 책이나 영상을 찾으며 알게 된 사실이 까다로운 기질에 아이 중 활동성이 많은 아이들에 공통적인 특징인 걸 알게 됐다. 잠에 양도 적고 잠을 자고 깨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욕구가 크고 자극 추구도가 높은 아이는 충분히 놀았다고 해도 뇌를 끄는 게 안 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일에 몰두한 날이거나 야근을 한 경우, 막상 쉴 시간이 주어져도 각성이 되어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도 그런 상태인 듯하다.


이유를 알고 나서 아이에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책에서 하라는 데로 아이에 뇌를 끌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조성하고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이에 리듬을 확 바꿀 수는 없었다.


아이를 재우고 엄마가 자려하다 보니 지독한 불면증이 왔다. 평생 10시에 자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아이 시간에 맞춰 몇 년을 제대로 잠을 못 자다 보니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상태가 안 좋아졌다.


우리 가족은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가 나름 합의를 통해 잠에 대한 어떤 절차를 가졌다. 일단 일찍 자는 게 평생 습관인 엄마는 먼저 잔다. 엄마가 자고 나면 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를 닦고 자일리톨을 먹고 침대에 같이 누워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이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서로 "잘 자" 인사를 하고 잠자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먼저 자고 있으면 아이는 엄마에 눈을 까뒤집고, 멱살을 잡으며 일어나라고 울고 했다. 지금은 내가 피곤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엄마 먼저 잘래?"라고 물어봐준다. "엄마 먼저 자~"


아이와 남편 관계도 돈독해졌다. 절대적으로 엄마가 먼저인 아이에게 남편과 둘만에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아이가 자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잘 때가 되어 누우면 아이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드나 보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어린이집에 있었던 일, 궁금하고 그렇게 말이 많다고 한다. 가끔은 "이건 엄마한테 비밀이야" 하면서 속마음도 이야기하고.


우리 가족이 선택한 것은 '이 시간에 아이를 꼭 재워야 한다'는 것보다는 아이에 타고난 리듬을 고려하면서 서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맞춰 갔다.


물론 지금도 자는 시간이 한 시간만 당겨졌으면 하긴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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