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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Apr 24. 2021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며

아이를 품어주는 것이 나에 어린 시절을 안아주는 것이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다. 그릇이 큰 사람도 아니고 담대하거나 무던한 사람도 아니다.


아이는 오감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겁도 많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도 높다. 어떤 것에는 크게 반응하여 표현하며 불안감이 쉽게 높아진다.


작은 것에도 좌절하고 화내고 짜증을 낸다. 어렵고 힘든 건 주저하며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하고야 만다. 먹고 자는 거, 배변훈련, 놀이, 대인관계 등등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아이의 모습이 내 모습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과 닮은 아이를 보며 누구보다 아이 마음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화되어 잠시 잊었던 내 기질을 아이를 통해 확인하며, 나 스스로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계속해서 나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를 품어주는 것이 나의 어린 시절을 품어주는 게 되어버렸다.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때때로 모든 것에 반응하는 아이와 나를 감당하기 힘들어 속으로 비명을 지르다가도 "그래, 나도 그랬어. 나도 내가 어쩔 줄 몰라 그랬었지" 그러고는 나와 아이를 다독였다.


알 수 없는 행동을 할수록 더 많이 더 자주 "엄마는 너를 사랑해, 네가 어떤 행동을 해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안아주고, "백만 번 뽀뽀, 천만번 뽀뽀" 소리 내며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럼 어느 날, 아이는 내게 다가와 "엄마, 난 엄마를 사랑해. 이만큼 이만큼보다 더 엄마를 사랑해", "엄마, 내가 천만번 뽀뽀해줄까?" 하며 얼굴에 뽀뽀를 해준다. 더 큰 사랑으로 아이는 나를 품어준다.


이제는 안다. 아이에 울음과 짜증들은 그저 사랑한다고 품어주며 괜찮다고, 안전하다고 안아주며 다독이면 그 안에 더 큰 사랑이 자라게 된다는 것을. 동시에 그것이 곧 있는 그대로에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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