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물렸어요"라고 말하는 동네 의사 선생님
한 번은 자고 일어났는데, 목 뒷덜미에 붉게 부어오른 부분이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피부에 염증이 생겼나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더니 붉은 부분이 더 커져서는 가렵고 불편하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결국 동네 하나 있는 병원에 갔다. 이것도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할까 불안감을 가지고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이 자세히 살펴보시더니 대뜸 “지네예요” 이런다. “네? 화들짝 놀랐다. 지네가 뒷목을 어떻게…”, “아마, 자고 있을 때 베개 밑 사이로 지나가면서 물었을 것 같아요 “ 태연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닭살이 오른 내 팔을 쓰다듬었다. “이 동네에서는 흔한 일이죠, 저도 물렸고요, 지네에게 물려서 오는 분들 많아요.”
그렇다 부암동을 비롯해 이 주변 동네에 사는 단독주택이든 다세대주택이든 다들 벌레는 감안하며 산다. 일단 개미가 쉽게 생긴다. 아무리 위생 관리를 해도 산을 끼고 있다 보니 개미들이 자주 생겨서 개미 패치들을 구비해 놓고 산다. 개미 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일단 계절마다 놀러 오는 친구들이 다 다른데, 봄이 되면 온 건물이 송충이로 난리다. 여름에는 모기 외에도 온갖 곤충들이 돌아다니고, 가을에는 노린재, 겨울에는 발 많은 벌레가 기어 다닌다. 가끔 지네나 집게벌레 같이 사람을 무는 곤충도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남편이나 나나 아이도 곤충에 거부 반응이 크게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힘들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사를 온 해 주말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으악’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왔다. 나무젓가락을 들고 가더니 제법 큰 지네를 잡아 올려서는 창밖으로 던졌다. 남편은 하필 물린 부위가 항문 근처라 한동안 곤란해하며 지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까지 물린 것이다. 우리는 지네 독으로 꽤 건강해졌을 것이라며 웃는다. 어쩌겠는가. 같이 살아야지 뭐. 지금도 우리는 되도록이면 벌레는 죽이기보다는 잡아서 창밖으로 보낸다. 아이도 어느새 자연스럽다. 집에서 과자 부스러기라도 떨어지면 “엄마, 놔둬. 개미도 먹고살게” 이런다. 곤충들도 여기 사는 거고, 우리도 여기 사는 거고 벌레들은 벌레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같은 공간에 같이 사는 존재다라며 그렇게 생각하며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