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단독주택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언니, 20억 있으면 사. 가격 정말 괜찮게 나왔어”
부암동 주민센터 골목길 끝자락에 사는 동네 엄마가 한 말이었다. 시댁과 한 대문 안에 각각의 집을 지어 사는 그녀는 시부모님이 아프셔서 아파트에 살다 이사를 왔다고 한다. 주변에 단독주택에 사는 아이 친구들 집은 대다수 그렇게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를 낳고 한 사람의 손이 아쉬운 아이 엄마들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고, 한 대문 안에 두 집으로 혹은 아래, 윗 층으로 나눠 사는 집들이 많았다.
아이 친구네 엄마 집에 놀러 갈 때마다 새로 지은 단독주택에 넓은 마당이며 부암동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감탄을 했다. “우리 남편도 나도 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게 꿈인데…” 그 말에 윗집에 집이 나왔다고 한 것이다. 부암동에 집들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부암동에 매물이 있지만 적당한 위치에 좋은 풍경을 품은 집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괜찮은 집들은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직접 거래하는 게 많아 부동산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다. 까다로운 분들은 자기가 애착을 가지고 살던 공간에 올 다음 주인을 아주 섬세하게 따져서 정하기도 한다.
그 친구가 정보를 준 게 3년 전이다. 이때만 해도 강남 아파트가 10억 내외할 때였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지만 그 당시에는 풍경이 좋고 제대로 된 집을 구하려면 20억 정도 들었다. 우리 주머니 사정에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코로나 전까지는 틈틈이 집을 보러 다녔다.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괜찮은 집 정보를 듣고 소개를 받아 집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어느 골목길에 어떤 풍경과 어떤 집들이 있는지 파악이 됐을 때는 코로나가 와서 더 이상 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힘들어졌다.
최근 부동산이 들썩이며 전국의 아파트 값이 올랐다. 특히, 강남에 10억 내외하던 아파트 값은 불과 3년 사이에 20-40억을 하게 됐다. 오랫동안 이 동네 사셨던 분들은 허탈감을 호소하는 분이 많았다. 1986년 우리 빌라가 지어졌을 때부터 사셨던 어르신 중에 한 분은 이런 얘기를 해줬다. 비슷한 시점에 당신의 여동생은 자신이 산 돈과 비슷한 돈으로 은마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부동산 가격 차이가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이 분뿐만 아니라, 평창동, 구기동 오랫동안 사셨던 분들은 모두 지금의 상황이 다 황당하다는 얘기를 한다. 주택을 매입할 때마다 해도 강남 아파트 값보다 훨씬 비싼 돈으로 집을 샀는데 지금은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을 하나 팔아도 강남의 아파트 한 채 사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최근에 더 두드러진 재미있는 현상도 볼 수 있다. 아파트 값이 오르자 굳이 이 가격에 여기에 살 필요가 있나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우리 동네로 집을 보러 많이 온다고 한다. 주로 강남 대치나 방배동 살았던 분들이 아이들이 대학 들어가고 당신들의 은퇴를 앞두고 우리 동네 부동산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이 많다. 실제 동네 부동산을 운영하는 분들 말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를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단독주택을 사거나 전세로 들어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최근에 아는 사람 몇 분도 부암동과 구기동으로 전입하셨다. 그중 한 분은 구기동 단독주택 3층 건물을 통으로 전세를 얻어 살아보고는 큰 매력을 느껴 본격 집을 지으려 알아본다고 한다.
부암동을 비롯해 구기동, 평창동 등 이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파트가 대저택을 팔아도 살까 말까 할 정도로 훨씬 비싼 게 말이다. 물론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학군이나 편리함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그러한 현상이 안타까워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층간소음 신경 쓸 필요 없이 넓은 마당이 있는 2-3층 단독주택보다 비쌀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아마 집에 대한 다양한 욕구들이 발현되고 인구가 줄어 사교육에 욕구가 줄어들면 이 동네의 집값도 강남 아파트 값 못지않게 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