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완치할 수 있을까 (33)

by 안유진

약을 안 먹은 지 거의 열흘이 됐다. 그 전에는 며칠 임의 단약을 하면 하루 건 이틀이건 굉장히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약을 먹지 않는데도 잠도 잘 자고 기복이 크지 않다.

일을 시작한 지도 오늘로 딱 일주일이 채워진다. 약을 먹으면 쳐지는 기분이 드는 게 싫어서 일하면서 지장을 줄 것 같아서 일부러 약을 먹지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괜히 불안했다. '혹시 약을 임의로 끊은 것에 대한 후폭풍(?)이 근무 중에 몰려오면 어떡하지?'라는. 어쨌든 지금까지는 괜찮다.

어제는 꿈에 아픈 동물이 나와서 내내 끌어안고 있었다. 깨고 나서 또롱이 생각이 났다. 내 꿈에 나온 동물은 하얀 오리였던 것 같다. 또롱이도 하얬기 때문일까? 또롱이가 보고 싶어서 기분이 조금 울적한 채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에 일 자체에 대한 걱정도 하지만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하는 일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일이라 그 점이 더욱 중요한데, 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학부 때에 어울렸던 동기들이랑 선배들이 그립다. 아직 점심시간이 채 끝나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 집으로 도망가고 싶다.

어쨌든, 약을 먹지 않아도 버틸만하다는 게 신기하다. 그것도 시작 전부터 걱정하던 새로운 일이, 오히려 치유제가 되어주었다는 뜻인가 싶어서. 그렇다면 환경이 어떻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해야지 않을까. 물론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업 기간이 끝나면 또 어떻게 상황이 변하게 될지 모른다는 게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일을 하다가 중간에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어떤 일을 계기로 정말 인생의 목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글을 정말 오랜만에 쓰는데, 글을 쓰는 지금의 마음은 일단 평온한 상태이다. 이런 마음이 든다는 것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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