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넘치던 삶에 갑자기 찾아온 절대 안정, 임신
익스트림 스포츠와 여행을 좋아하는 결혼 3년 차, 전직 콘텐츠 에디터
장렬히 퇴사하고 열심히 이직을 준비하려고 ‘하던 중’ 아기가 찾아왔다!
말하자면 퇴사가 아닌 ‘권고사직’이었다. 회사 입장에서야 숱한 이유들이 있었겠지. 그러나 하루아침에 출근할 곳을 잃는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송별회로 시간을 보냈다. 어찌 됐던 회사의 결정이기에 헤어지는 방식을 수긍할 수 없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게 맞는 일이니까. (라는 생각은 두 달 정도가 지나고 나니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4월 말, 그즈음 시작했어야 할 생리였다. 꽤나 규칙적인 주기를 가진 나지만 이번에는 조금 늦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아주 조금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가던 4월의 마지막 날, 출근길에 임신테스트기를 샀다. 오전에 테스트했어야 했으나 잊고 있다가 오후에 테스트를 했다.
한 줄이었다.
저녁에 남편에게도 ‘역시 퇴사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거였어’라고 말했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퇴사와 동시에 긴 5월 연휴가 찾아왔다. 연휴 때문인지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백수의 일상. 사실 퇴사 직전 한 회사와의 인터뷰가 결정되어 그 준비로 백수로의 태세 전환에 아직 로딩이 필요한 것도 있었다. 말 그대로 ‘잠재적 백수’의 상태.
그리고 며칠 후 한 단체 카톡방에서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여기 임신한 사람 있어요?"
뜬금없는 질문이라 웃기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유를 묻자 그 아이는 “저 태몽 꿨어요”라고 답했다.
답한 아이는 임신의 가능성이 없었기에 기혼자가 가장 많았던 카톡방에 물어본 것이었다. 대부분 결혼한 지 1년 전후였던 사람들이었고, 모두 ‘아니’라고 답했다. 왜일까- 그 답변 속에는 ‘난 아직 때가 아니야’라는 일종의 안도가 조금씩 느껴졌다. 며칠 전 테스트기를 해보았던 나 역시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불현듯 다시 테스트를 해봐야겠단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정확하게는 어린이날 저녁이었다. 남편 이대리와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마침 문 연 약국을 보았다. “오빠, 한 번 더 테스트해볼까?” 둘 다 대수롭지 않게 테스트기를 사서 돌아왔고, 그날 저녁은 남편과 시원한 맥주 한 캔도 나눠 마셨던 것 같다. (미안해 아가야…!)
새벽녘 화장실이 가고 싶어 깨며 그 와중에 테이블 위에 있던 테스트기를 챙겼다. 다음 날 아침에 해도 될걸 잠결에도 궁금했던 걸까.
그런데,
임신이었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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