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 하먼 멜빌
Call me Ismale.
읽지 않은 사람도 들어봤을 만한 이 소설의 첫 문장.
누군가에게 책 추천을 받으면, 혹은 받지 않아도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
1851년에 쓰여진 장~~편 소설(칠백 페이지가 넘고, 활자도 작고, 한 페이지 27행에 판형도 커서 1kg가까이 된다. 들고 읽기에 무거운). 영어로 쓰여진 세계 3대 비극 중 하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거라는 백 권 중 하나.... 기타 등등. 이런 책. 그런데 사람들이 절~~대 안 읽는다. 아무리 추천해도 읽고 싶어하지 않을 책.
모비딕을 주제로 리뷰를 A4 열 장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냉정하게 강추 이유만 올려봅니다.
추천 이유 하나.
170 여년 전에 쓴 소설이라는 거리감 없이 상황에 몰입. 스토리를 다 알고 어린 시절 <백경>이라는 일제 제목으로 본 영화를 떠올려볼 필요도 없었음. 영화는 이 소설에 백분의 일도 안됨. 인물과 배경을 풀어가는 서술이 흥미로움. 포경선의 세계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뛰어난 문학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인간의 근원을 고래를 찾아가는 시간 속에서 파헤치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
추천 이유 둘.
고래. 구체적으로 말하면 향유고래와 인간을 신과 인간의 굴레로 은유하며 자유의지와 절망,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스토리를 끌어냄. 이 플롯을 이끌고 가는 문장들이 수려하며 때로는 장엄하게 다가와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 카잔차키스, 도스트예프스키, 톨스토이의 소설들을 떠올리며 미국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됨.
추천 이유 셋.
하먼 맬빌의 어마어마한 지적탐구 능력에 감탄. 고래와 항해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칠백 페이지를 쓸 수 밖에 없었겠다고 인정, 또 인정. 물론 이 부분이 매우 지루한 서술이지만 꾹 참고 읽어냄. 4년의 포경선 선원 경험으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서술되는 몇 개의 장들이 흥미로움. 한 소설 안에 다양한 장르의 작은 소설들이 엮어져 있는 듯함. 독서량이 어마어마했던 청년 하먼 멜빌이 존경하던 셰익스피어와 만난 후 31세에 쓴 소설. 안타까운 건, 40세 후에 절필하고 세관으로 취직해서 은퇴까지 근무. 더 이상 쓸 수 없을 만큼 쏟아부은 소설.
이렇게 추천해도 안 읽을거다. 이 책 이렇게 유명해도 내가 읽은 책의 판매부수가 9,500 부가 조금 넘을 정도. 십 년전에 출판된 책인데. 하지만 누가 나에게 소설 열 개 추천해달라고 하면 3위 안에 넣을 소설.
덧붙임. 스타벅스는 바로 모비 딕을 잡으러 가는 피쿼드 호의 일등항해사의 이름, 스타벅-에서 유래되었어요. 커피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스타벅스 창립한 애들이 모비 딕 소설을 엄청 좋아했데요. 그냥 지은거래요. 사이렌 로고도 배랑 연관해서 그냥 만들었데요. 세상에 그냥 정하는 거 의외로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