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들의 시대 / 최강
#MBTI
"해봤으면 좋겠어요."
"해봐."
"나는 해봤어요. 엄마 좀 해보세요. 궁금해, 정말. 엄마는 어떻게 나올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19년 같이 살았으면 알텐데? 내가 성격검사를 해본 적 없다는 것이 더 신기한가보다. 살을 부비고 키운 딸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 한다?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는 엄마의 성격을 검증(나는 신뢰하지 않지만)하고 싶은 마음일거다. 내 마음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남이 알아내는 나를 인정할 수 있을까?
#정신과닥터
정신과닥터로 풀어놓은 스토리가 생소하지 않은 건, 아픈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거리라는 것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일까? 치료자의 열심은 자기를 돌아보는 것에서 차분하게 시작된다. 꼭 필요한 내용을 전하려는 절제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갈망하는 열정이 조화롭다. 사람을 아는데 책 만큼 만족스러운 것이 없구나.
#영화처럼
쇼퍼에 누워서 정신과 의사에게 우아하게 털어놓는 치료는 정말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내 주변에는 말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사람보다 내 앞에서 말을 풀어놓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의 MBTI가 뭔지 알려줄 때는 당황. 패스워든가? 내가 듣는 역할에 익숙한 걸 어떻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아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부부관계까지 털어놓으면 얼굴은 차분하나 마음은 지친다. '얘는 나한테 왜이러는 거지?'
#슬픔우울
심각한 상태까지 겪어봤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우울은 감기와 같다_는 말이 싫었다. 감기면 약 안먹어도 일주일이면 낫는다며! 저자의 글로 나는 오래 전 우울을 위로받는다. 증상의 심각성을 가리는 잘못된 비유라고. 생명을 좌우하는 병에는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니, 가슴 속 화석이 된 통증 위에 눈물이 흐른다. 슬픔과 우울은 다른 거라고, 슬픔은 벗어날 수 있지만 우울은 부적절한 죄책감으로 자신을 비난으로 몰고 가는 질병이라고. 알면, 그리고 알아주면 나아지리라.
#역지사지
환자의 신발에 발을 넣어보는 의사. 동감empathy과 동정sympathy으로 환자의 환부를 찾아내는 치료자. 그리고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사회적 관계에서 만들어진다고 알려주는 소통자. 그의 글을 읽고 알아간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환자의 로망만은 아닌 걸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만큼 나도 아픈 시대 속 아픈 마음들에 대해 냉담했음을 반성. 자신의 아픔조차 스스로 비난하고 감추려 했던 건 아닌지.
#덧붙임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튤리늄 이라는 세균에서 생성된 독소를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근육 수축에 필요한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억제 시킨다고. 기타등등. 보톡스 주사를 맞은 후 감정을 표현하고 느끼는 것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뭐, 요즘은 필러가 대세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