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블랙 로펌 23화

알아서 나쁠 것 없는 것들 9.

회사 핵심인력이 경쟁사로 이직했어요

by 익명의 변호사

Q. 경쟁사가 우리 회사 핵심인재들을 단기간에 엄청 빼갔어요. 저희 회사 비밀이 유출됐을까도 염려되고, 무엇보다 그쪽 회사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능할까요?


A. 사장님, 일단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판례를 보면, (컴퓨터 파일 형태 또는 출력본 형태가 아닌) 기억으로 존재하는 “무형”의 노하우도 그 요건만 갖춰진다면 영업비밀에 해당될 수 있고, 그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 또는 예방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경쟁사의 입찰 가격 정보를 암기하여 경쟁사로 유출하는 사례 등이라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례들이 물리적인 자료가 유출된 사례들이지만 대법원에서는 ‘영업비밀의 취득’에 관해 "영업비밀의 ‘취득’은 도면, 사진, 녹음테이프, 필름, 전산정보처리조작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작성된 파일 등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는 물론 그 외에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영업비밀 자체를 직접 인식하고 기억하는 형태 또는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나, 어느 경우에나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설시하며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 영업비밀도 보호대상의 하나로 상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10.15. 선고 2008도9433 판결, 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다른 업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습득한 이를 스카우트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회사가 그 영업비밀을 취득했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직원들이 한 업체에 다년간 근무하면서 지득한 일반적인 지식, 기술, 경험 등을 활용하기 위해 그들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그 직원들이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하면서 전 직장으로부터 습득한 특별한 지식, 기술, 경험 등을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고용, 이러한 비밀을 누설하도록 유인하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전 회사가 보유한 기술정보 등을 취득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다만 자료를 통째로 들고 나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이른바 '무형의 노하우'가 문제되는 경우, 그 노하우가 경쟁사로 유출되었거나 경쟁사에 의해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소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구체화되지 아니한 노하우의 실체를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무상 경쟁사의 임직원 스카우트 행위에 수반되는 영업비밀 침해 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로는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반적입니다. 2012년까지의 통계상 일반 민사사건에 비해 영업비밀 관련 분쟁의 경우 가처분 사건 비율이 높습니다(본안사건: 64%, 가처분 사건: 36%). 전직금지 사건이 대부분 가처분 사건으로 처리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최근 판례서는 양 당사자간 전직금지 등의 약정이 없는 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전직금지 청구가 문제된 사건 중 인용된 비율은 약 31%에 그치고, 법원이 전직금지 청구를 인용한 케이스에서 인정된 전직금지 기간은 당사자 간의 약정기간과 무관하게 1년~2년 미만의 기간이 인정된 경우가 전체의 약 67%을 차지합니다. 아래는 인정 판례의 근거입니다.

임직원의 재직 중 또는 퇴사 전에 경업금지 의무(예컨대, ‘향후 몇 년간 경쟁사 전직 금지’) 서약서

비밀유지 의무 조항이 포함된 서약서

법률(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영업비밀보호법’)상 청구권

신의칙


형사적 조치까지 살펴본다면,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누설행위에 대한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의 형사고소(제18조 제2항) 혹은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고소도 대응방안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 무형의 노하우 침해행위에 대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오직 이직 행위만을 이유로 형사 처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사를 보면 2011년~2013년 기준 기술유출 및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경우 무죄율은 20%에 이르며(타 범죄의 무죄율은 1~3%), 최근 판례 경향상 2000년 이전보다 유죄율 및 처벌 수위가 오르는 추세이기는 하나 2011년 형사사건 기준 집행유예 66%, 벌금형은 16%에 그치고 1년 이상의 실형 선고는 정작 1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따라서 경쟁사가 단순히 임직원을 스카우트한 단계라면 처벌을 목적으로 한 형사고소보다 전직금지 의무 및 비밀유지 의무가 포함된 서약서 위반을 이유로 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이 더 실효성 있는 조치라 볼 것입니다(침해행위의 증거가 있다면 논외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인력 빼가기' 그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후단에서 규율됩니다. 동조를 보면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별표 1의 2) 제 8호 나목에서는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를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부당 유인·채용으로 인한 사업활동 방해행위'란 다른 사업자의 핵심인력 상당수를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제의를 하여 스카우트함으로써 당해 사업자의 사업활동이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경우 혹은 경쟁관계에 있는 여타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기의 사업활동에는 실제 필요하지도 않은 핵심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여 당해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해당 기업이 직원들의 이직을 유인하였거나 이에 관여하였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 할 것입니다).


위 인력의 부당유인·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인력 유인·채용의 목적 및 의도, 해당 인력이 사업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 인력 유인·채용에 사용된 수단, 업계의 통상적인 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라 함은 단순히 매출액의 감소 정도로는 부족하고, 부도위기의 발생, 매출액 및 거래처의 감소로 현재 또는 장래의 영업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는 경우를 뜻한다 할 것입니다. 나아가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였다 할지라도 이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거나 효율성의 증대, 소비자 후생의 증대 효과가 인정될 경우에는 인력의 부당유인·채용에 해당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통상적인 경우보다 과다한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인력 부족으로 인해 귀사 영업이 현재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렀는지가 부당유인 및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1차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만일 인력의 부당유인·채용에 해당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제24조에 기한 시정조치동법 제24조의 2에 기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또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동법 제56조 제1항)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는 형처분도 가능할 것입니다(동법 제71조 제1항, 제67조 제2호).


※ 참고로 이 브런치의 모든 내용은 일반적인 사안에 대한 간단한 사견에 불과하고,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공식적 의견이 아니라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이러한 글들로 모객을 유도하여 영리를 추구하려는 등의 의도가 애초부터 없는 만큼 이곳에서 상담을 받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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