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가라, 여성만 와라
미혼 여자 변호사인 김 변호사는 수년 전 어느 펌의 면접 자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름이 '남자 같았던' 그는 이력서에 성별을 적지 않았고, 면접에 합격했다.
김 변호사가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안의 세 명이 동시에 놀란 얼굴이 됐다.
"아니… 여자 변호사님이시네?"
"네?"
가운데 앉아 있고 늙수그레한, 대표변호사로 보이는 자의 황망한 말투에 김 변호사도 그만 당황해 버렸다.
"아… 저기 저흰 여자 변호사님 조금… 뽑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성별 제한이 있다고 공고에 나와있지도 않았는데요."
"죄송합니다. 저희 법인 방침이 그렇습니다."
이곳은 차라리 순진한 곳이다. 대다수는 면접에 남성 지원자들만 부르거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면접장에는 여성 면접자를 부르되 최종 선발에는 남자만 선발하는 방법을 쓴다. 물론 지원자들이 이를 구별할 방법은 없다. 구멍가게부터 중형 법무법인까지 선발 기준이나 면접 점수 따위를 별달리 데이터화하지 않는데다, 최종 선발된 우수한 인재가 '우연히' 전부 남성 지원자인 경우도 있고, 남성 지원자들만 '우연히' 해당 법무법인에 지원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이 법조계만큼 심한 직역은 거의 없다.
현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되는 행위이기에 보이지 않지만, 예전에는 심지어 '남자만 뽑는다'라고 공고에 명시한 법무법인도 있었다.
법조계엔 '유리 절벽(Glass Wall)'이 있다. 직장에서 능력과 자격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게 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있다면, 여성 변호사들은 일부 법무 직역의 경우 애초에 여성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뜻에서 유리 절벽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마치 누구나 지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 연속성의 단절, 다른 변호사를 임시로 구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 여성이 맡기 어려운 혹은 더 적합한 사건이 있다는 선입견 등이다. 상당수 여성 변호사님들이 가사전문 법인에 합류해 있는 이유다. 물론 그런 대표변호사가 파트너로 있는 펌이 제대로 된 펌일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당장 밥벌이가 급한 사람에겐 도저한 불합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가별 유리천장 지수(이코노미스트)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25점으로 전체 조사 29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각 나라별 고등교육 격차, 경제활동 참여 비율, 임금 격차, 보육 비용, 고위직 여성 비율, 의회 내 여성 비율, 남녀 육아휴직 비율 등 10개의 지표). 평범하게 부당한 법조계의 현실 따윈 반영되지도 않았다.
남성 변호사는 면접에 부르지도 않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법무팀에 고용된 다른 변호사가 없거나, 모두 여성이거나, 오직 상급자뿐이다.
연차에 비해 연봉을 높게 준다(2년차에게 8500만 원 따위).
면접에서 '본 법인의 업무에서 구치소 접견이 필수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면접에서 상급자가 일부 특정인에 대한 접견을 주기적으로 지시할 경우 이에 따를 수 있는지 물어본다.
위와는 반대로 여성 변호사만 뽑는 회사가 있다. 물론 래디컬 페미니즘이나 여성우월주의 때문은 아니다. 이 경우는 '여성 집사 변호사'를 뽑는 회사일 가능성이 있다. 말 그대로, 주기적으로 구치소의 특정인에 대해 최대한 장시간 접견을 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변호사를 채용하는 경우다.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할 공고들이다(이러한 공고를 목격한 적이 있으나 본인은 채용된 변호사님을 실제로 본 적은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면접에 간 분의 전문을 옮긴다). 특히 이런 블랙은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나중에 경력에 쓸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시 한번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