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리뷰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자연의 순환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찬가지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규칙을 정한 이들, 그 법칙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그 섭리를 지키고 따르려는 어머니 ‘오린’, 그러기엔 마음이 여린 ‘타츠헤이’, 그는 자기 아버지의 여린 성격을 닮았고, 이것에 대해 타인이 언급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마음이 약한 건 이 마을에서는 비정상적인 것이고 놀림거리다. 그는 할머니를 버리지 못 하는 마음 약한 아버지를 총으로 쏴서 묻은 후 그가 도망갔다고 속인다. 그리고 어머니를 버리기 전 아버지를 묻었던, 흔들리는 그 나무에 총을 쏜다.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없애려는 것이다. 그 또한 수확한 감자를 내기로 잃어버리기도 하고, 잠자리를 가져보지 못한 동생을 위해 자신의 아내에게 부탁하기까지 하는 어리석고 생각이 짧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서 많은 아이들은 사치다. 능력에 비해 많은 아이를 낳고 차마 버리지 못한 가족은 음식을 훔치다가 발각되어 생매장 당한다. 그것이 누구든, 심지어 장인이든 며느리든 간에 규칙 앞에선 예외가 없다.
70이 다 되어가는 노인이 지나치게 건강하면 안 되는 것이기에 ‘오린’은 바위에 이를 깬다. 그리고 마을사람들 틈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부르는 노래처럼 피묻고 비어버린 이를 드러내며 마귀할멈처럼 웃는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시선은 몸서리치도록 냉정해서 이런 끔찍한 장면들조차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준다.
산신령이 기다린다는 전설이 있는 나라야마 산엔 수많은 백골들과 그것들을 파먹는 까마귀들만 있을 뿐이다. 백골들이 펼쳐진 산의 풍경은 실로 압도적이어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산에 가는 날 눈이 오면 운이 좋다는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눈에 덮여 백골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니면 금방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마무라 쇼헤이는 모자간의 슬픈 이별을 보여준 후에 관객에게 슬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돌아가는 길에 버려지기 싫어서 반항하다가 산에서 떨어져 죽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줘 버린다.
‘오린’의 자리는 놀랍도록 빨리 사라지고 대체된다. 옷은 이미 다른 이들이 가지고 ‘케사키치’는 생매장당해 죽은 아내의 자리를 바로 다른 여자로 채운다. 눈은 오고 잔인한 겨울은 그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