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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포선라이즈 Dec 12. 2019

나도 꽤 자만추 합니다만

틈새시간이 모두 스마트폰에 흡수되어버렸어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합니다




소개팅이나 미팅 같은 인위적인 만남보다 자연스럽게 만나서 친해지고 그러다 연애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자만추,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아마도 핸드폰이 스마트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옆에 앉게 된 사람이랑 대화할 기회가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게 모임이든, 낯선 장소에서든 약간이라도 어색함이 흐를라치면, 그런 어색한 틈새의 시간에는 여지없이 핸드폰으로 시선을 도피하게 되었거든요.



요즘도 "헌팅"이 라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길에서, 버스정류장에서, 혹은 지하철 같은 칸에서 마음이 콩닥콩닥하게 하는 사람을 발견하고서 무작정 따라가기도 하고, 쪽지를 건네기도 하는 그런 거. 아직도 누군가 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언젠가부터 길에서 뒤따라와 말을 거는 사람은 도를 아는지 묻는 사람들뿐인 시대를 넘어서 지금은 서로 눈 마주칠 새 없죠, 보통 시선은 핸드폰에 꽂혀있잖아요. 길에서 마음에 꼭 드는 이성을 발견했고 용기 내어 말을 걸어본다, 라는 행동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낭만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게 웬 육이오 전쟁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 찾는 소리인가 싶기도 하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그때 주인공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성능 좋은 에어팟을 귀에 꼽고 유튜브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면,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가 같은 칸에 앉아있던 서로에게 우연한 호감을 둘 틈이 있었을지 잘 모르겠어요. 어렵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물흐르듯 이어지던 두 사람의 대화는 인스타그램 좋아요 알람이나 카톡왔숑 같은 것들이 없었기때문에 가능했던거잖아요. 이제 우리는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헤매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구글맵을 확대해가면서 길을 꼼꼼히 따져보는 쪽을 택하게 되어버렸죠. 인적드문 곳에 혼자있는 것보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는게 더 무섭고요.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스마트폰으로 써 내려가고 있어요. 아마 이번 생에 자만추는 더 이상 글렀나 봐요.



옆에 한참 어린 동생은 틴더나 베이글 같은 어플로 자연스럽게 모르는 이성들을 "구독" 하고 있더라고요. 길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분위기나 외모만 보고 저 사람이다 싶어서 저기요, 말을 걸어보는 것에서 프로필 사진과 몇 가지 신상정보를 알고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는 메시지를 보내서 대화를 신청하는 쪽으로. 어쩌면 요즘은 세상이 더 넓어진 거라고 봐야겠죠. 눈앞에 보이는 현실적인 주변과, 핸드폰 속에서 펼쳐지는 더 넓은 가상의 시공간.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시차없이 대화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우리 동네 슈퍼에서, 회사앞 카페에서, 길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시선을 피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아무튼 요즘은 모르는 사람과는 말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뭘 물어볼까 싶다가도, 아 검색해보자 하고 마는 거죠. 물건을 살 때도 로드샵에서 즉흥적으로 물건을 사버리는 경우보다 검색해보고 가격 비교해보고 온라인에서 주문해야겠다고, 그대로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런 시대에 날이면 날마다 나에게 전화해서 무언가 물어보는 내 동생. 귀찮아하고 가끔은 짜증도 내면서 그런 건 네이버에 물어봐, 내가 네이버냐.라고 대답했지만 누군가 가끔씩 뭘 물어봐주면 사실은 기분이 좋습니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할 수 있잖아요.



무엇이든 물어봐주세요.

가끔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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