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 설레지 않는다
흠칫 놀라 눈을 떴다. 믿을 수 없지만 잠이 들었다. 버스인 것을 깨닫고 도망치듯 내린다.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갈 차도 당신도 오지 않는다. 방향을 잃고 서성댄다.
차를 타고 잠을 청한 때가 드물다. 눈을 감으면 어지럽고 멀미가 났다. 죽을 듯 피곤해 잠들었나 보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쳤다. 지나쳤을 뿐인데, 죄인처럼 떠밀려 잠긴다. 감정이 반복되면 익숙해질까. 슬픔이 쌓이면 덜어질까. 덜어지면 익숙해지는 걸까.
익숙하면 설레지 않는다. 익숙을 거부하지만 소용없다. 설렘을 삼킨 물에 멀미가 난다. 슬픔에 굳은살이 배기면 아픔이 덜할까. 빛이 없는 쪽으로 어둡게 걷는다. 아직 더 걸어야 집이다. 익숙하지 않아야 설렌다면, 나는 슬픔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