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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Mar 02. 2018

목숨

미치지 못한 아픔

다리가 잘린 사람이 시장바닥을 기어 다니며 구걸하는 풍경을 떠올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림이라 미처 몰랐다. 얼마 전까지 장에 가면 보이던 풍경. 오롯이 기억나는 것은, 눈을 마주치지 못한 나였다. 알지 못할 그 삶이 구차했다. 배어 나온 냄새가 옮겨붙을까 두려웠다. 전염될까 겁이 났다.


밤 열한 시가 넘어 용산 전자 상가에 갔다. 급한 일이 있었다. 경비 아저씨에게 애원하듯 부탁해 선인상가에 들어갔다. 낮 동안 북적거렸을 그곳, 인적없는 빌딩은 무서웠다. 엎드린 그가 나타나 눈이 마주치지 않을까 두려웠다. 아픈 줄 모르고 성큼성큼 걸었다. 3층 11호 불빛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네가 그리울만큼 무서웠다. 애써 참는 내가 낯설었다.


나라면, 목숨을 끊었을 것 같다. 구차하다는 단어는 약하다. 구차한 실제의 삶은 얼마나 지독할까. 멈추고 싶지 않을까. 아프다는 말은 약하다. 아픔에 미치지 못한 아픔이 있다. 그런 아픔은 그만하고 싶지 않을까. 낮은 곳에서 보는 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서서, 생각하지 못한 생각을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오래전 그의 의지를 생각한다. 경이롭다. 삶만큼 죽음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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