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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Feb 28. 2018

세시 사십오 분의 슬픔

몰래 죽기도 어려운 계절이다.

세시 사십오 분 정도, 정오를 비켜선 시간이 태양을 내려 그늘을 만든다. 파라솔 아래 멍하니 아래를 보다 시선을 돌린다. 잘린 밑동을 뿌리 삼아 감나무가 일어난다. 화단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구 ㄱ자 여백에 정물인 듯 박힌다.     


설날, 오시지 말라고 어머니께 전화했다. 혼자 계실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자랑 없이 늙었지만 지랄 같은 아들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올라오셨다. 아들이 좋아하는 절편을 손에 드셨다. 숨을 곳이 없어 눈물을 참았다.


는 어머니를 침묵으로 대했다. 여동생이 오기 전 말없이 집을 나갔다. 불편했던 어머니는 동생 집으로 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머니는 아이처럼 나를 안았다. 가족도 아들도 없는 명절에 홀로 남았다. 엉켜진 족보 안의 가족이 타인 같다. 탓할 수 없으니 도려낸 고통이 남는다.     


연속된 일들에 숨이 멎는다. 생각할 시간 따위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 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낼 수 없다. 달도 산적도 가슴도 부러졌다. 구석진 방에 내 시체를 남겼다. 부서진 명절을 보내고 일어났다. 나는 내가 아니다.     


무릎에 힘을 줬다. 의지가 뉴런과 시냅스를 지난다. 근육 안 세포에게 일어나자 애원한다. 찢긴 근육에 이온이 눈물처럼 방출된다. 늙은 칼슘의 농도를 감지하는 트로포닌을 부른다. 팽창된 근육이 나를 밀어낸다.     


시퍼런 욕이 가득한 하늘을 본다. 씨발, 몰래 죽기도 어려운 계절이다.     

권지예 [뱀장어 스튜]
살아서 펄떡이는 것들을 모두 스튜 냄비에 안치고 서서히 고아 내는 일. 살의나 열정보다는 평화로움에 길들여지는 일. 그건 바로 용서하는 일인지 모른다. 타이머에서 종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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