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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Jan 25. 2018

행복해도 괜찮아

조금 더 하라고 말해줄래

그다지 숨지도 않았다. 굳이 떠오르려고도 하지 않았다. 주삿바늘에도 바르르 어쩌다 어른이지만 정작 닥친 고통에는 엄살을 떨 뿐 피하지 않는다. 세워놓았다고 착각했던 반환점의 지표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기억나지 않는 어느 시점부터 날마다 살아내기만 했다. 즐거움도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별로였다. 눈을 떠 숨을 쉬면 일어났을 뿐이다.


관계라니, 버티기도 어려운데 가당찮게 여기며 살아왔다. 줄 게 없으니 받을 것 또한 없다. 꼭 그래야만 했다면 주고받을 때 내며 진 팔을 끊어주길 원했다.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나이 먹으며 신경 쓰이던 한둘도 조금씩 사라다. 살아내기 쉽지 않았지만, 끝이 머지않음을 깨닫는 순간 버틸 만했다. 오랫동안 낮은 곳에 있었다.


비처럼 나타난 누군가 물 위로 올려줬다. 그는 처음부터 빛이 났다. 빛나는 세수를 했을 거다. 다른 세계에 머무는 사람이었고, 아니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다가왔을 때 나는 명확히 반환점을 기억하던 시절로 돌아갔다. 웃으며 두 발을 놀려 수면으로 올라갔다. 따스한 빛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다. 웃는 모습이 좋았다. 기억의 마지막엔 누군가 남아있길 바랐다. 행복하다고 느끼니 부끄다.


물 위로 꽤 올라갔다. 빛은커녕 관계의 파도에 쓸려 멀미가 났다. 토하는 고통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참을 만큼 버티지만, 토사물로 더럽힐까 두렵다. 조금 더 라고 얘기해줄래? 살아내는 일 따위 조금 더 견뎌볼게. 오랫동안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질문 몇 개를 던지고 곧 꿈꾸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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