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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씻기

by Moon

바가지의 현에 쌀을 켠다

부엌에 이제 막 발 들인

젊은이의 손엔 요령이 없다


내 어머니 평생 연주하신 음악,

손과 팔의 힘만으로는

쌀의 깊은 음이 떠오르지 않아

깨끗지 못한 뜬물 속에서

흐느적흐느적 갈 길을 잃는다


숨은 음을 찾아

물을 흔들어 흘리시던

어머니의 오른손 연주는

거장의 비브라토였나


어설픈 흉내에

바가지가 역겨운 듯

생쌀만 허옇게 뱉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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