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여행의 설렘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짐을 꾸리다
잠깐,
쓸데없는 고민에 빠졌다
모서리가 툭 삐져나온
선글라스 하나가
오래 열지 않은
트렁크 속에서 발견됐다
선글라스를 끼고 하늘을 보면
하늘색에 가려진 핑크빛과
육안으로 보기 힘든 테두리가 선명해진다
나라마다의 하늘을
만화의 컷처럼 기억한다
하늘만 그렇다
만화경 속에 갇혀
가지런하다
사람은 잊힌다
그리움도 물러진다
기억은 그 자리에 남고 해진다
머무르다 다시 찾으면
새것이 된다
하늘만이 남아있다
각 나라의 다른 습기를
각자 다른 분홍으로 그린 하늘이
코로 들이켜졌다
그제서야
여행을 떠나는가 보다 했다
선글라스 너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