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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2025.05

by 온다


세상 빛을 처음

촘촘한 살결대로 떠안은 날


그날 나는 유리조각을 삼켰어요

우렁찬 고통을 포효했지만

당연한 일이라 했어요


누군가의

시선에 찔렸고

아무런 말에 피 흘리고

스치는 살내음에도 생채기가 패였어요


갈아진 모래알을 서걱서걱 씹어

손가락으로 흐트러뜨리고 다시

물을 부어 쌓고 지었다 부수고

다시 떠안아 보았지요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알맹이를 허망하게 바라본 날들이었어요


나는 접히는 살덩이에 송골송골

모래를 끼워 넣고 살아요


그림을 그려요

매번 사라질 까끌한 모래 위에

사뿐한 그림을 그려요


유리 조각을 삼켜낸

나는

선혈의 맛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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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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