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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03. 2023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내가 일하는 곳엔 총 4명이 함께 근무한다. 나, 팀장님, H님 그리고 W님.

내가 어떤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건 대부분 팀장님과 상호작용할 때인데, 때때로 팀장님과 다른 직원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W님은 우리가 근무하는 회의실이 너무 춥다며 일찌감치 6층 카페 공간으로 내려가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H님도 W님을 따라 6층으로 내려갔다. 회의실에는 나와 팀장님 둘만 남았다.


오늘까지 예정 중인 작업이 있었고, 그 작업은 나와 H님이 함께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원래 내가 하던 일인데, 이번에 H님이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며 내가 하던 일을 함께 해나가고 있던 참이었다. 팀장님은 나에게 일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다가 직접 H님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 H님에게 메신저로 연락을 하였다. H님은 연락에 대해 답장을 하지 않았고 그것이 답답했던 모양인지 팀장님은 급기야 6층으로 직접 내려가 H님과 W님을 감찰(?)하기에 이르렀다. 둘 다 일을 안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잠시 후, 팀장님과 H님 모두 자리로 돌아왔고 팀장님은 H님에게 6층에서 있었던 일(실은 고객사 직원과 계속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리고요?"

"또 다른 건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붓는데,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다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함,못마땅함 등을 표현하기 위해 질문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었는데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나의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면, H님은 그 상황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뒤 H님이 6층으로 되돌아갔고, 다시 팀장님과 나 둘만 남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아주 특이한 느낌을 경험했는데, 내가 팀장님에게 일에 관한 질문 혹은 답변을 할 때, 벅차오르는 느낌이랄까, 흥분되는 듯한 느낌이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듯하였다.  팀장님이 H님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사실(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이 나에게 위안을 준 것일까?

팀장님의 부정적인 감정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로 향해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 나는 그 감정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듯한 그런 평온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의 내면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다른 사람이 비난받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안심해도 좋다. (적어도 당분간은)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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