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뜽삼이 Jun 05. 2023

나를 따르라.

내변산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뒤, 차에서 내려 직소폭포를 향해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아내가 차 트렁크에 있던 거대한 밀집모자를 챙겼는데, 막상 쓰고 보니 별로 예쁘지 않다고 하였다.


"다시 차에 갖다 놓으러 갈까?"


아직 주차장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이었으므로, 모자를 두고 오자고 제안하였다.

오는 길에 근처의 다른 차가 앞뒤 창문을 살짝씩 열어둔 것을 보고는, 우리 차의 창문도 조금 열어놓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차 안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모자를 집어넣기 위해 우리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어제 다이소에서 구매한 돗자리가 보인다. 우리는 돗자리를 활짝 펼쳐 차의 전면 유리창을 안쪽에서 덮기로 하였다. 그런데 돗자리가 빳빳하지 않아서인지 자꾸만 흘러내리는 것이다. 나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햇빛가리개에 돗자리를 끼워 고정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리고는 즉시, 아내에게도 그 방법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그 제안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그 대신 자기만의 방법을 사용하여 돗자리를 펼처놓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하여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어째서인지 나는 착잡하고 불만족스러운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 즉시 나의 '규칙'을 점검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그 작업은 몇 분 이내에 끝났으므로, 아내가 나의 작업을 알아차릴 여유는 없었다. 작업 결과 밝혀낸 나의 '규칙'은 다음과같다.


내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방법을, 아내 또한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만약에 나를 존중한다면.


-23.06.04

작가의 이전글 내 안에 무엇이 흐르고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